기자명 황수지 기자 (bungeeinme@naver.com)

저널리스트와 같은 집요함을 가지는 것이 좋은 브랜딩의 기초
브랜딩의 본질을 지켜나가는 회사가 되고파

모든 회사가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워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보석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회사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딩 기업은 보석을 캐내는 광부다. 브랜딩 기업은 기업 의 방향성을 일깨워주고 고유한 색을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브랜드에 숨결을 불어 넣어 주는 브랜딩 기업, 굿브랜딩 대표 정진우를 만나봤다.

로컬 회사나 중소기업에서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업은 다양한 광고를 통해서 대중에게 브랜드나 제품을 각인시킬 수 있다. 반면 로컬 회사 같은 중소기업은 특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환경적 이유로 브랜드를 각인시킬 기회가 적기 때문에 기업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브랜딩 방향을 명확히 잡아야 한다.

브랜딩 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굿브랜드의 원칙 중 하나가 ‘저널리스트처럼 해라’다. 객관적인 사실을 끝까지 파헤치고 정보를 수집하는 저널리스트처럼 집요한 태도로 작업 과정에 임해야 한다는 말이다. 브랜딩 문의를 받으면 인터뷰와 시장조사를 통해 브랜드의 탄생부터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내려 노력한다. 조사 내용을 토대로 분석 과정을 거쳐 해당 제품과 브랜드가 시장에 나왔을 때 가질 수 있는 강점과 같은 맥락을 예측한다. 도출된 맥락을 바탕으로 컨셉과 방향을 잡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다. 시각적 언어는 △단순한 그래픽 △사진 △색깔 △텍스트 등이 있다. 여러 시각적 언어가 합쳐져 하나의 브랜딩 결과물을 만든다.

최근 브랜딩한 빵집 호미탐의 작업 과정을 알려달라.

최근 호미탐이라는 가게를 브랜딩했다. 호미탐이 지어진 곳은 이전에 다른 명인이 빵집을 운영하다 문을 닫게 된 장소라 이미지가 겹친다는 우려를 들었다. 김삼범 대표가 명인임을 내세워 뛰어난 이력이나 기술을 홍보하는 것은 앞선 가게와 이미지적으로 차별성을 줄 수 없었다. 김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빵 만들기에 있어 진지한 자세를 가진 그의 정신을 브랜드 포인트로 삼을 수 있었다. 김 대표의 성함과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 호랑이를 닮은 외모에서 착안해 호랑이를 컨셉으로 잡았다. 호랑이가 탐할 정도로 맛있는 빵과 커피라는 뜻의 브랜드 이름을 기획했다. 또한, 김 대표의 강한 인상과 내면의 부드러운 느낌을 살린 호랑이 캐릭터를 고안해 인테리어와 패키지에 활용했다.

가장 보람찼던 작업이 있다면.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의 지역 브랜드인 풍기인견 브랜딩이 가장 보람찼다. 풍기인견은 풍기읍을 대표하는 전통 사업이고 1934년부터 시작돼 창립 100년을 앞둔 브랜드다. 풍기인견은 이미 인견의 우수성을 갖추고 있지만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사업이 확장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굿브랜딩은 조사를 진행하며 100년 된 기업이 국내에 거의 없어 해외의 명품 브랜드와 견줄 수 있는 역사를 가진 것을 알게 됐다. 풍기인견은 기업의 전통적인 역사와 인견의 우수성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기업 안에서는 그 강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브리핑할 때 풍기인견의 역사를 쉽게 봐서는 안 되며 특색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말하자 눈물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강점을 발굴하고 브랜드와 지역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브랜딩 회사만의 매력이 있다면.
브랜딩 회사는 다양한 업체들과 일을 하므로 색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매력이있다.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브랜딩 사업을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도 한
다. 우리 회사의 한 직원은 이전에는 커피 맛의 차이를 몰랐지만 카페 브랜딩 관련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커피의 맛을 깨닫고 드립 커피나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진정한 삶의 여유로움과 가치를 알게 된다는 매력도 있다.

앞으로의 회사 운영 목표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브랜딩 회사를 떠올리면 로고와 같이 시각적으로 예쁜 작업물을 만드는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작업물은 브랜딩을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이지 브랜딩의 본질이 돼서는 안 된다. 굿브랜딩은 앞으로도 기업의 브랜딩 설계 전반을 도와주는 컨설팅 회사라는 브랜딩의 본질을 지켜나가고자 한다. 또한 오래된 역사나 독특한 스토리를 가진 업체들과 협업하며 회사의 능력과 범위를 넓히고 싶다.

 

가게 호미탐의 브랜드 디자인.
ⓒ인스타그램 @goodbranding 캡처
ⓒ정진우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