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미 기자 (qewret16@naver.com)

인터뷰-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

누구나 원하는 가족 구성할 수 있어야
나답게 잘 살 수 있는 사회 소망해
 

 

민법 779조에서는 결혼과 혈연 중심으로 가족을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 밖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대해 연구하는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2006년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하며 결성된 가족구성권연구모임에서 시작해 2019년 1월 가족구성권연구소로 창립하게 됐다. 가족구성권은 누구나 원하는 형태의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이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가족구성권연구소가 목표로 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을 구분하면서 시민의 삶을 판단하는 기존의 가족 규범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누구와 의지하며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선 가족을 운명공동체로 바라보는 '가족주의'로 인해 쉽게 가족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며 개인이 나답게 살 수 있으려면 어떤 사회적 권리가 보장돼야 할지 논하고 정책적인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가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족제도는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며 기존의 불평등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해왔다. 가족제도 아래에서 △빈곤계층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은 '가족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며 정당화돼 왔다. 예를 들어, 사회가 바라는 여성의 모습은 가족 내에서 돌봄과 양육의 역할을 기대하는 방식으로 투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가족과 사회는 긴밀히 연결되기 때문에 가족의 본질을 질문하지 않고는 평등하고 존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어렵다.

가족구성과 다른 사회 문제들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사회에서 개인에게 요구하는 이상적 가치는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와 대부분 일치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침해되거나 가족을 구성한 후에도 평등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부양의무제 폐지 △성과 재생산의 권리 보장 △탈시설 운동과 같은 사안이 주요하게 연결된다.

연구 결과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여러 연구를 하던 중 서울시 사회적 가족 지원을 위한 기본 조례안 제정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민들이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서로 의지하고자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인 가구로 살고 있지만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찾길 희망하거나 결혼하지 않은 채 돌봄을 주고받고자 하는 동거 커플의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가 지정한 1인’이라는 정책을 구상했다. 혼인 혹은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내가 지정한 1인이 대리인의 역할을 하며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연구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돌봄 관계를 보장받고 싶다는 시민들의 요구도 확인했다. 이를 위해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중심으로 규정한 민법 779조의 삭제와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 생활동반자법의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우선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서 가족 형태로 인한 차별을 넘어 개인의 존엄성이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와 의지하며 살 것인지와 내가 아플 때 어떤 이의 돌봄을 받을지 스스로 결정하고, 삶의 동반자로서 살아온 사람들이 죽음의 순간에 사회 규범으로부터 배제되지 않기를 꿈꾼다. 가족이라는 개념 안에 갇힌 사회가 아니라 가족을 떠나거나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면서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사진 | 김은미 기자
사진 | 김은미 기자 qewret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