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수많은 역설적 진리들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 안을 비워내야 한다는 사실이나 처음의 시작에는 필연적으로 마지막 이별이 함께한다는 사실 같은 것 말이다. 중학교 문학 시간에 배웠던 ‘역설’의 개념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완전히 반대된다고 생각했던 모순된 개념들이 사실은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내가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체성에 병적으로 주목하는 이유와도 엮어 말할 수 있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실망이 두려워 모든 것에 기대를 걸지 않았던 시절이. 실패가 두려워 전력으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순간이. 내 마음은 한 번도 단단해본 적 없던 지라 힘없이 세상의 무게대로 찌그러지는 게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나는 틈만 나면 내속에 자리잡고 있던 마구 엉킨 뼈들이 산산조각 나는 상상을 했다. 부서진 조각들은 모두 알아볼 수 없을 만큼이나 작아서 아무도 나의 빈자리를 몰랐다. 

어렸던 그때의 나는 내가 겪고 있는 방황이나 절망이 부자연스러운 것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밖에서는 모두가 행복해보여서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성장소설들을 읽고 많은 인물들을 경험하면서 나의 감정이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전히 우울하고 힘들었지만, 그 눅눅한 감정들이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겪은 모든 것들은 내가 한층 더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 안에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성장과 성취를 위해서 우리는 아파야한다. 누군가의 도전은 반드시 집요한 따가움을 동반한다는 역설적 진리 때문이다. 그 작은 도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중요하지 않다. 노력의 대가가 죽지 않을 만큼의 아픔이라는 사실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절망의 순간들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사실만이 우리에게 남아있을 뿐이다.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지금이라도 후회 없이 아플 각오와 내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혜진(인과계열 22)
임혜진(인과계열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