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빈 (sb9712@skkuw.com)

이번 발간까지 총 21개의 기사를 쓰면서 나는 계속해 이별을 겪어야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초고를 쓰고 동료들의 교열을 받으며 지면에 기사를 싣는 일은 늘 만족스러운 마침표라기보단 선명한 물음표였다. 인터뷰이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낸 걸까? 조금 더 다양한 시각에서 다룰 수 있진 않았을까? 나는 이 기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쏟아지는 의문에 당당히 고개를 끄덕인 경험은 많지 않다. 매번 후회와 자책이 남았다.

그러나 속상한 마음이 마냥 괴롭지만은 않았다. 다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어떤 소재를 공부하고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될지에 대한 기대감과 이번보다 더 나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경험과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얼마나 큰지 매 발간을 통해 배웠다. 그런데 벌써 3학기라는 시간이 흐르고 이젠 마지막 기사를 준비해야 한다 생각하니 갑자기 콱 막힌 벽을 마주한 느낌이다. 당분간은 이 일상의 커다란 구멍이 꽤나 쓰라릴 것 같다.

나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일은 내겐 익숙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전까진 늘 내 머릿속에 있는 세계를 자유롭게 꺼내놓는 글만 써왔다. 창조적 글쓰기에는 어떠한 제약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처음 기사문을 작성할 때만 해도 내가 이걸 해낼 만한 사람인지 의심이 들기 일쑤였다. 이곳저곳 피드백과 수정을 거쳐 신문사 홈페이지에 올라간 내 기사를 보며 이게 내가 쓴 글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걱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나밖에 없던 나의 글엔 점점 타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사가 아니면 평생 만나보지도 못했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경험은 크나큰 감명으로 남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그 눈빛을 바라볼 땐, 마치 나도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이렇게 재밌고 놀라운 것을 더욱 생생하게 기사에 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자라났다. 타인의 이야기가 나의 것이 되는 경이로운 경험 덕에 더욱 넓은 세계를 품게 됐다. 학보사 기사로 일하면서 사랑하는 것이 더 많아지고 말았다.

신문사에 들어온 뒤 끝없이 달고 다녔던 초조함을 기억할 것이다. 인터뷰이가 구해지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시간과 글의 맥락을 해치지 않기 위해 한 단어 한 단어 신중히 선택하던 때의 치열함을 잊지 않겠다. 살면서 무언갈 이토록 정성스럽게 대해본 적이 있었나 싶은 순간들 이었다. 무엇보다도 매주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들고 와 쏟아지는 피드백을 받아내며 기어코 기사를 완성해낸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언제 어디서라도 각자의 일을 잘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숱하게 보냈던 모든 컨택 메일에는 나의 간절함이 담겨있다. 당신과 나의 연결, 나아가 세상과의 소통을 바라는 소망이 새겨져 있다. 성대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이런 간절함이 전달됐으면 한다. 이곳에는 당신과 학교, 개인과 사회의 소통 창구가 되고자 매일 고군분투하는 학우들이 있다. 지금까지 기사에 도움을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매번 컨택 메일의 끝인사로 썼던 방식으로 글을 마치겠다. 청명한 여름 맞으시길 기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김수빈 올림.

 

김수빈 기자 sb9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