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법92) 변호사를 만나

기자명 이경미 기자 (icechoux@skku.edu)

“피곤해서 입술에 상처가 생겼거든요. 아아, 사진에 상처 안나오게 찍는 방법 없을까”

   
▲ 김영진기자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앉으라고 권하고 분주히 넥타이를 매는 김병준(법 92)동문. 입술 옆의 상처를 가리키며 안전한(?) 포즈를 연구해본다. ‘SBS 솔로몬의 선택’ 프로그램의 패널로 유명한 그이기에 카메라에 익숙할 법도 하건만, 후배들이 보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팬까페 ▶▷법조계 휴머니스트◁◀의 회원은 약 7백여명. 스스로 생각하는 인기의 비결을 물었다. “잘생기고 재미있으니까요. 진정한 법조계 휴머니스트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노력하는 중 이예요”

사실 그가 걸어온 삶이 보이는 것처럼 밝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께서 콩나물과 연탄을 팔아 네 남매를 공부시킨 일은 이미 알려진 바이다. “지방대를 다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군 제대 후 다시 시험을 쳤죠. 87년 성대 법대에 합격했는데, 집안에 등록금을 대줄 여력이 없었어요” 입학을 포기하고 한국통신에 입사했지만, 동생이 백혈병으로 가족들의 곁을 떠나면서 그의 인생은 다시금 전환기를 맞는다. “한번뿐인 삶, 하고싶은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죠. 서른살의 나이에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어요. 이 때 우연히 성대 법대의 편입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합격자 13명중에 한 명이 됐더군요. 장학금도 있고, 집안환경 때문에 원하는 일을 못한다는 건 핑계일 뿐 이예요. 열심히 하면 길은 다 열리게 돼 있어요.”

멀고 거친 길을 돌아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됐으니 그 기쁨이 오죽했을까. “아침 6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공부하고 밤 12시가 되면 무조건 잤죠. 일주일 내내 공부만 했어요. 누구나 다 편한 것을 원하지만, 인생의 꿈을 이루려면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합니다. 사법시험에서 단 한 명을 뽑더라도 합격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죠”어떻게 오늘의 그가 있게 됐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편안한 분위기를 타고 모교를 그리워하는 선배의 이야기 보따리가 풀린다. 눈 내리는 겨울 밤 교내에서 비닐을 깔고 동기들과 눈썰매를 타던 추억, 말 한마디 못 붙여본 늘씬한 여학생… “공부밖에 하지 않았다면서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금새 손사래를 친다. “내 말은, 직분에 맞게 공부할 땐 공부하고 가끔 노는 것이 더 추억이 된다는 얘기지요. 하하”

굴곡진 삶 속에서 밀리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며 단련된 것은 굳은 의지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사람들의 아픔을 이미 알고 있는 그이기에 부드러운 웃음과 재치 있는 넉살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