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나래 기자 (naraekim3460@naver.com)

인터뷰 - ‘베어베터’ 임상빈 교육팀장


명함, 커피 등 기업에게 필수적인 생산품 제작
발달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 만들고자 노력해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베어베터(대표 김 정호·이진희)에선 250여 명의 발달장애 직원이 일하고 있다. 제빵 작업장엔 고소한 빵냄새가, 화훼 작업장엔 향긋한 꽃향기가 가득 하다. 이곳의 발달장애 직원은 조금 무뚝뚝해 보이지만, 우직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이 모습이 마치 곰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이 회사의 이름은 ‘베어베터’라 붙여졌다. 베어베터에서 교육과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임상빈 교육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베어베터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용된다. 하지만 베어베터는 발달장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며 그들이 정년까지 일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2년 성균관대 앞의 작은 복삿집에서 시작해 현재는 △인쇄 △제과제빵 △커피 △화훼 분야의 사업까지 확장했다. 인쇄팀은 명함 출력이나 책 제본을, 커피팀은 원두 로스팅과 드립백 제작을 한다. 이 생산품들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것까지 베어베터의 몫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되는가.
베어베터는 상시 근로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장애 직원에게 최저 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스토어에서 쿠키나 꽃다발 등을 판매하기 도 하지만, 주된 고객은 약 520개의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전체 인원의 약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길시 국가에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때 베어베터와 같은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계약해 그 생산품을 납품받는 경우 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사업 내용을 제과제빵이나 화훼 등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 있다. 직원에게 조식으로 제공하는 빵, 인사이동 기간에 필요한 난초처럼 기업이 이전부터 필수로 지출해 온 품목을 베어베터에서 생산하고자 했다.

취업을 위한 조건이 있는지.
3가지 조건이 있다. △일할 의지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 △직무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의 경우 ‘이 꽃을 옮겨 바구니에 넣어주세요’와 같은 업무 지시를 알아듣고 수행할 수 있으면 된다.

근무 환경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크게 △직무 세분화 △도구 개발 △정서적 지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팀에선 볶은 원두를 봉투에 넣고 수량대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발달장애 직원에겐 복잡할 수 있어 한 명 한 명 일을 나눠 맡긴다. 직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기도 한다. 발달장애인은 수 세기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자의 눈금을 보고 30cm임을 인지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훼 리본을 자를 때에 숫자가 적힌 자가 아니라 30cm짜리 샘플 리본을 제공해 맞춰 자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정서 표현이나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는 직원들을 위한 지원 책이 있다. 그림 도구를 활용해 마음을 표현하고, 마음에 어려움이 있으면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휴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발달장애 특성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때도 있 는가.
직원이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표하기도 하고, 직원 간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직원 교육과 경고제도를 활용하는 편이다. 필요시 보호자와 소통해 함께 해결해가고자 노력한다.

입사 후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한 직원도 있는지.
초창기에 입사한 한 직원은 자폐 특성이 강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어렵고 개인적으론 가정 상황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 직원이 10년간 베어베터에서 일해 5000만 원을 모았고, 그 돈 중 일부론 아버님을 돕기까지 했다고 한다. 본인 돈을 거의 쓰지 않고 모았다고 보면 된다. 성실히 일해 큰 결실을 이뤘다는 소식을 들은 직원들이 함께 감격했다.

앞으로 베어베터의 목표는.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재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는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하는데, 지방에도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늘리고자 한다. 지난 3월 대구에 ‘브라보비버대구’라는 표준사업장을 열었고 앞으로도 지방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사실 김정호 대표님은 베어베터가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장애인만 모아 채용할 필요없이 장애인도 일반기업에 고용되는 것이 당연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물론 나라 전반적으로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베어베터의 캐릭터 '베베'. 무뚝뚝하지만 우직한 곰의 모습이 발달장애인이 특성과 닮았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베어베터의 캐릭터 '베베'. 무뚝뚝하지만 우직한 곰의 모습이 발달장애인이 특성과 닮았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베어베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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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베터의 제과제빵 작업장 모습.
베어베터의 제과제빵 작업장 모습.
사진 | 김나래 기자 wingnara1201@
직원이 샘플 리본에 맞춰 리본을 자르고 있다.
직원이 샘플 리본에 맞춰 리본을 자르고 있다.
사진 | 김나래 기자 wingnara1201@
그림을 활용한 마음 확인 도구.
그림을 활용한 마음 확인 도구.
사진 | 김나래 기자 wingnara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