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재난은 사람에게만 매서운 것이 아니다. 폭우와 그로 인한 홍수, 산불, 녹조 현상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등은 우리 주변의 포유류와 조류는 물론 수생 생물들까지 할퀴고 갔다. 바쁘게 귀가하는 발걸음 사이 폭우에도 피할 곳 없는 동물들의 삶이 있다. 서식지의 변화와 파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생물들이 있다. 인간이 겪은 피해에만 집중했던 시선을 돌려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의 상처를 함께 살펴보자.

 


① 낙동강 녹조가 흘러들어온 다대포 해수욕장
이어지는 가뭄과 폭염 탓에 낙동강 일대의 녹조가 하류로 떠내려와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을 덮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녹조의 독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했다. 지난 20일 현장에 있던 직원은 “이틀 정도 입욕이 금지됐으나 다시 복구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여전히 다대포 해수욕장 인근에서 녹조가 발견됐다. 녹조는 물의 탁도에 영향을 미쳐 산소를 고갈시키고 수중 생태계를 파괴한다. 이로 인해 수중 생물 전반이 삶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② 가축 농가에서 사육되는 소
지난 10일 쏟아진 폭우로 인해 가축 전염병 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다량의 빗물이 축사 내부로 흘러 들어오면 토양 유래 질병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ASF)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자가 경기 용인시의 한 축사를 방문해본 결과 창이 트인 구조가 폭우시 빗물이 들어와 분뇨 등으로 내부가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③ 더위에 고통받는 동물원 동물
추운 지역에 서식해 굵고 긴 털을 지닌 시베리아 호랑이는 주로 해가 진 뒤에 활동한다. 에버랜드 동물원의 시베리아 호랑이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2시, 약 37도의 폭염에 시달리며 힘없이 누워있기도 했다. 현장의 기자를 맞이한 호랑이는 무더위를 피해 그늘에 웅크린 채 누워있었다.


④ ⑤ 울진 산불 현장
지난 3월 울산·밀양 등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울진 산불의 경우 약 213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총 2 만 4,940ha가 피해를 봤다.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나곡리로 향하는 길목 약 30km 전까지도 산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로 인해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동물 구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숱한 동물이 현장에 남겨져야만 했다.
 


⑥ 사당종합체육관 수해 대피소 현장
재난은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삶도 뒤바꾼다. 현행 제도상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출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재해 직후 피해 지역 거주민들은 정부·지자체가 마련한 대피소에서 생활한다. 기자가 방문한 사당종합체육관 수해 대피소 현장에는 동물을 위한 공간을 발견할 수 없었다. 서울시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 소속 관계자는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같이 있을 수 없다”며 지침을 전했다
 


⑦ 생태계 변화를 맞이한 백로
왜가리로 대표되는 백로과 조류는 환경부에서 설정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중 하나다. 왜가리는 과거에 번식을 위해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는 여름 철새였지만,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기온이 상승하며 오늘날에는 텃새가 됐다. 그러나 소음과 악취 문제로 인간과 마찰을 빚으며 새로운 정착지에서도 내쫓기는 실정이다. 부산 다대포 고우니 생태길을 방문한 기자는 우렁차게 우는 백로를 만날 수 있었다.

 


⑧ 재해에 취약한 길동물
이달을 관통한 폭우로 인해 사람뿐만 아니라 길 위의 동물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교내 동물권모임 수선관고양이 회장 강신영(디자인 16) 학우는 “연 이은 폭우 탓에 밥그릇에 물이 차 아이들이 식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비를 피할 장소를 마련해 두지만 학교 측과 갈등이 생길 수 있어 완전한 대비가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고지대인 우리 학교와 달리 관악구 등 일부 저지대에선 침수 피해로 길동물들의 서식지가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 기후변화 생물지표종=기후변화로 인해 계절 활 동 및 분포역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나타날 것 같 은 생물종.

김가현·김아정·박가빈·오채영·정채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