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수지 기자 (bungeeinme@naver.com)

이번 호에 실린 기사는 내가 정기자가 되고 쓴 첫 기사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 기사를 봤으면 좋겠지만 혹시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8면을 슬쩍 넘겨서 봐주면 좋겠다. 광화문광장을 재개장 날부터 8월 셋, 넷째 주를 바쳐 취재했다. 광화문광장 재개장 날 열린 빛모락축제는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재개장 ‘첫’날이기에 상기된 표정과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있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확신은 맞아떨어졌다. 밖을 10분만 돌아다녀도 얼굴로 땀이 흘러내렸지만 모두 모여 빛모락축제를 함께했다. 비록 이 장면은 분량상의 이유로 기사에서 삭제된부분이지만 취재 후기에 언급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려한다.

21일과 22일은 광화문광장을 설명해주는 도슨트를 듣기도 했다. 도슨트를 신청한 중요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시민 인터뷰를 따겠다는 것. 도슨트를 듣는 다른 시민을 자연스럽게 인터뷰하려는 게 나의 계획이었다. 나의 계획은 또 통했다. 도슨트를 들은 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가족을 잡아 먼저 사진 “찍어드릴게요~”라며 말을 건넸다. “저희도 찍어드릴까요?”라고 돌아오는 질문에 “사진은 괜찮고 인터뷰해주실 수 있을까요?”라며 능청을 떨었다. 그렇게 여러 시민의 인터뷰를 수록할 수 있었다.

이번 르포를 쓰면서 서울시의 멘트를 꼭 따내고 싶었다. 녹지와 집회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록한 채 중립을 지키는 기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전화해 “해당 부서로 넘겨드릴게요”라는 멘트를 수십번 들었지만 컨택은 성사되지 않았다. 편집회의로 넘어가는 날의 새벽, 지푸라기라도 부여잡는 마음으로 서울시에 질의 민원을 넣기도 했다. 실제 서울 시민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서울시 멘트를 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고 안타까워 방법을 찾다 밤을 샜다. 오전 9시에 침대에 누워 1시간이라도 자려다 도저히 잠이 안 와 편집회의에서 말할 논의 거리를 벽을 청중삼아 연습했다. 편집회의에서 연습한 내용을 열심히 말하다가 마스크 사이로 숨이 차 머리가 띵하기도 했다. 모든 서사는 해피엔딩이라고 했던가. 이 이야기의 마지막도 결국 서울시의 답변을 얻었다는 해피엔딩을 맞이했고 무사히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기사를 작성하며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 일에 진심이구나’고 느꼈다. 갓 신문사를 입사했을 때 신문사를 둘러보며 나를 제외하고 불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나는 불타오르지 못하는 ‘재’ 같다고 느꼈다. 정확히 무엇에 영감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뒤늦게 아기 불꽃이 돼 그들이 걷던 길을 뒤따라 걷고 있는 것 같다. 이 문장을 쓰는 지금은 1698호 발간 주의 금요일, 오후 10시 20분이다. 나는 10명의 기자와 함께 신문사에 남아있다. 수습일기에 어렵다는 말을 3번 적은 내가, 불안하다는 말을 4번이나 한 내가 조금은 파도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듯하다. 아니 이번만은 찾고 있다고 확언하겠다. 나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정신없는 하루 틈에서 수없이 우리 곁을 맴도는 열정과 작은 행복들을 잡을 수 있길 바란다.

 

황수지 기자. bungeeinme@skkuw.com
황수지 기자. bungeeinme@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