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현 편집장 (kshyunssj@skkuw.com)

요즘 화제의 중심은 단연 아이돌 그룹 뉴진스다. 귀에 꽂히는 노래의 건강한 느낌과 신선한 비트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모든 멤버가 스물둘인 필자보다 한참 어리다는 것이다. 갓 데뷔한 아이돌의 어린 나이에 충격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유튜브 댓글을 내리다 보면 신을 뜻하는 ‘갓(god)’과 ‘아기’를 합친 ‘갓기’라는 신조어가 심심찮게 보인다. 어떻게 보면 모순적이다. 미숙하기에 보호받고 더 신경써주어야 마땅할 아이들이 사실은 우리보다 뛰어나다니.

‘어린데도 잘한다’는 이유로 어린 연예인들은 주목받지만, 사실 그들은 ‘어리기’ 때문에 먼저 눈길을 끈다. 어리다는 것은 방송에서 하나의 무기다.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된다. 기성세대 연예인이 어린 아이돌을 보며 2002 월드컵 이후에 태어났다고 놀라는 장면은 흔하다. 비슷한 나이의 어린 연예인은 늘 등장하지만, 해가 거듭하며 새로운 연도에 태어난 연예인이 항상 주목받는 걸 보면 ‘어리다’는 소재는 낡지 않는가 보다.

어리다는 것을 콘텐츠로 삼아도 괜찮은 걸까. 어린 모습 그대로를 존중할 수 있다면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어린 연예인들은 그들의 어린 모습보다는 조숙함을 칭찬받는다. ‘아직 어른이 아니지만 어른보다 더 대단하다’라는 함의는 때로는 무책임하다. 한 가요 프로그램에서 유치원생 아이가 어른과 같은 수준으로 능숙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미숙한 어른들은 뛰어난 아이들을 칭송하면서도 존중하지는 않는다. 한 미성년자 아이돌의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고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초 단위로 분석당하고, 타인을 향한 시기와 질투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오간다. 사실이 어떻든 간에, 어려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에서 부족한 것은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일찍 사회에 나왔다는 이유로 성인과 같은 수준의 성숙을 요구당하는 셈이다. 어린 연예인에게 성숙하다는 칭찬은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라 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한 사회에서 어리면서도 성숙하다는 것은 점점 주목받고, 연예계에는 점점 더 어린 연예인이 등장한다. 그럴수록 ‘어리면서 잘한다’는 것은 당연한 조건이 되어가며, 조숙함을 칭찬하는 분위기는 더 공고해지고 있다. 이 순환 속에서 어리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어리다는 사실에 마냥 박수치지는 말아야 한다. 어리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이유가 되며 아직 더 실수해도 된다는 뜻이다. 어린 연예인이 방송에 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될 것이 아니지만 결코 부추겨져야 할 일도 아니다. 어린이에게 성인과 같은 평가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어리다는 사실만으로 칭송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스스로를 진정 아이들을 존중하는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돌아볼 때다.

 

김수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