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수지 기자 (bungeeinme@naver.com)

시민들의 기대 안고 재개장한 광화문광장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간직한 광장으로 나아가길

 

지난달 6일 광화문광장이 재개장했다. 2020년 11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이후 광장은 1년 9개월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자 시민의 일상을 담은 서울의 중심 광화문. 재개장 후 1달이 지난 지금, 광화문광장은 휴식과 역사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을까? 함께 광화문광장으로 떠나보자!

서울의 역사를 함께 걷는 광화문광장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달 22일, 기자는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한글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연출한 한글분수는 어린이들로 가득했다. 처음에는 신발로 물줄기를 조심스레 건드리던 아이도 시원한 분수 주변을 뛰놀며 어느새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고 말았다. 새롭게 단장한 광화문광장을 바라보는 시민의 반응은 다양하다. 가족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방문한 송혜영(43)씨는 “광화문은 서울의 중심부라 생각해 완공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며 “이전의 광화문광장과 달리 탁 트여 있어 여가를 위해 광장에 있다는 느낌이 제대로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 토박이인 최현준(22)씨는 “광화문광장이 공사를 시작했을 때는 세종대로를 기준으로 양쪽 길이 모두 막혀 지하도를 이용해 건너야 해서 불편했다”며 공사 당시를 회상하면서도 “재개장 후 길이 확장되고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은 2009년 광화문이 복원되면서 함께 조성됐다. 이전까지는 광화문 앞길이라고 불리던 공간에 광화문광장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광화문 앞길은 경복궁 앞에 의정부를 비롯한 조선의 중심 국정 기관이 세워진 중심대로였다. 광복 이후, 1946년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시작으 로 광화문광장은 시민자유를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그러나 재개장 전의 광화문광장은 △광화문 전면부의 역사공간 미흡 △그늘·쉼터 및 시민 편의시설 부족 △보행 접근성 미흡 등 광장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서울시는 2016년 광화문광장 개선의 방향과 원칙을 발표한 광화문포럼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을 착공했다.

광화문광장, 무엇이 새롭게 바뀐 걸까?
재개장 전의 광화문광장은 세종대로 가운데에서 작은 섬처럼 고립돼있었다. 따라서 횡단보도나 지하도를 통해서만 갈 수 있었기에 보행 단절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개장 후의 총면적은 4만 300㎡로 1만 8840㎡이었던 기존 광화문광장의 면적과 비교해 2.1배 넓어졌다. 확대된 면적은 우리 학교 금잔디 광장의 약 7배에 달한다. 동시에 세종문화회관 앞 차도를 없애며 보행의 편리성도 증대됐다.

광화문광장은 총면적의 4분의 1이 녹지로 채워졌다. 광화문광장의 좌측에는 소나무 잎 틈으로 광화문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나무정원과 느티나무, 매화나무, 모란 등을 심어 한국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사계정원 등 6개의 녹지 공간이 마련돼있다. 우리 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최혜영 교
수는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은 누구나 광장을 거닐다 편히 쉴 수 있게끔 조성했다는 점에서 설계의 취지를 잘 담고 있다”며 “앞으로 문화 행사가 열렸을 때 무대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생각보다 빈약한 녹지 공간에 실망하는 시민도 있었다. 조영미(45)씨는 “홍보된 바와 달리 생각보다 큰 나무가 무성히 자라지 않아 그늘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의견을 전했다. 이에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균형발전기획관 광화문광장사업과 광장 정책팀 서현정 주무관은 “도심의 토양 조건상 처음부터 큰 나무를 가져올 수 없다”며 “각지에서 나무를 가져올 때 가지와 뿌리를 잘랐기에 지금은 나무가 무성하지 않지만 3~5년이 지나 나무가 땅에 정착한다면 더확대된 녹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광화문광장인 만큼 강조된 역사성도 볼 수 있다. 올해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은 매장 유구를 보존하거나 *육조거리를 형상화해 역사적 깊이를 더했다. 세종로 공원 앞에는 커다란 지붕 아래 사헌부 문 터 전시장이 마련돼있다. 광장 공사 중 발견된 사헌부 터는 원형 그대로 보존돼 시민에게 전시되며 매장 문화재의 가치를 알렸다.

광화문광장의 입구를 환히 밝히는 해치마당
광화문역 5호선에서 9번 출구로 올라오면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 해치마당이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다. 김세희(경영 20) 학우는 “다른 역의 출구와 달리 웅장하게 꾸며졌다”며 “역과 광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을 설계한 CA조경기술사사무소 조용준 소장은 “기존 해치마당 내 사용이 저조했던 전통의상체험방, 기념품점 등을 없애고 잠시 쉬어가거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전이 공간으로 공공 라운지와 모두의 계단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해치마당 경사로에는 계단형 쉼터인 ‘광화문 계단’이 조성돼 있다. 광화문 계단에는 나무 그늘에 앉아 부채질하는 할아버지, 선캡을 쓰고 모기 팔찌를 한 채 뛰다 지친 기색으로 물을 마시고 있는 아이를 볼 수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정면을 응시한 채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행길 아래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경사벽에 한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긴 53m의 영상창이 설치돼있다. 영상창에는 미디어아트 ‘광화화첩’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상영된다. 한글 창제 원리를 본떠 천, 지, 인 세 가지 장으로 이루어진 9편의 짧은 작품들로 구성돼있다. 광화화첩의 초반부인 ‘천’ 장에 해당하는 작품 ‘신광화도’는 조선시대의 육조거리 풍경과 당시 광화문에서 열렸던 행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윤시현(21)씨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전 광화문 육조거리의 모습과 현재 서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조선으로 시간 여행을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광화화첩에서 신광화도를 포함한 8편의 작품을 작업한 홍유리 작가는 “시민을 위한 광장인 만큼 공공성과 심미성, 역사성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인 ‘광화의 순간’과 ‘광화Aquarium’은 광장의 시민이 직접 참여해 광화화첩을 가득히 채워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물을 따라가 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
광화문을 등 뒤에 두고 광장을 찬찬히 걷다 보면 수많은 물줄기를 만날 수 있다. 순서대로 △역사물길 △시간의 벽천△바닥우물 △샘물탁자 △터널분수 △한글분수 △명량분수가 있다. 역사의 시간적인 흐름을 물의 흐름으로 표현한 역사물길은 정부서울청사 앞 육조마당부터 시작해 현대해상 광화문 사옥 앞에 위치한 한글분수까지 이어진다. 역사물길의 돌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근현대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역사가 새겨져 있다. 고요하지만 쉬지 않고 흘러가는 물살 속에는 1392년부터 2022년까지의 우리나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태훈(13)군은 “역사물길을 따라 걷거나 곳곳에 숨겨진 한글을 찾는 게 재밌다”며 “광화문광장을 걸으며 저절로 공부가 되는 느낌이라 좋다”고 전했다.

역사물길과 터널분수를 지나면 장엄한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에서 당차게 뿜어나오는 마지막 분수, 명량분수를 볼 수 있다. 명량분수는 충무공의 명량 해전을 기념하는 분수다. 동상 내측 분수에는 133개의 노즐을 만들어 명량해전의 133척 왜선 격퇴를 재현했다. 동상의 앞을 장식한 외측 분수는 *학익진 전술의 모습을 본떴고 분수 앞 15.45m의 바닥조명은 이순신 장군의 탄생 연도인 1545년을 상징한다. 조 소장은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진지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도 시민들이 가볍고 즐겁게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광화문광장을 향해서
아름답고 화려히 단장했지만 모두를 위한 광장이 되기 위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한다. 서울시 행사 관련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2009년 조성 당시부터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을 위해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회를 문화제로 신고하거나 집회 장소로 광화문광장 인근 장소를 신고하는 방법을 ㅌ통해 광화문광장에서 시위 및 집회가 이뤄졌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하며 사용 허가를 내는 과정에서 소음과 교통 등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자문단을 마련해 허가 절차를 강화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는 지자체가 하위 법규인 조례를 근거로 집회 허가권을 행사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신고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시민단체 문화연대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므로 광화문광장은 규제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와 몇몇 전문가는 광화문광장이 허가권을 유지할 것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서 주무관은 “광화문광장은 시민이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지친 일상을 회복하는 공간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졌기에 광화문광장 주변 주민과 광장을 찾는 다른 시민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 교수는 “광장은 말 그대로 열리고 넓은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공간을 분할해 집회나 시위를 일상적 공간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며 “시민의 공간과 집회의 공간 사이에서 현시대에 필요한 것은 어디일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보였다.

광화문광장은 앞으로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얼굴과도 같은 곳이며 대한민국의 상징 공간으로서 국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모두의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광화문광장 공식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광화문시민위원회의 소망이 담긴 글이 실려 있다. 최 교수는 “도시 내 광장은 비어 있지만 유연한 공간이 돼야 한다”며 “관리와 운영은 공간의 성패를 결정하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해 운영의 묘미를 살린다면 지금보다 더욱 사랑 받는 광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광화문광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었다.
 

◇육조거리=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에 이르는 거리로 당시 한양의 핵심 가로로서 주요 정책이 만들어졌던 공간.
◇학익진=학이 날개를 편 듯한 대열로 이순신 장군이 즐겨 쓴 전투 진형.

 

사진 | 황수지 기자 bungeeinme@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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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서여진 기자 duwls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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