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채연 기자 (bungssa21@g.skku.edu)

기업의 사회적 경영인 ESG에 일부 비판적인 여론 형성돼

"장기적인 ESG를 목표로 삼으며 진정성을 다해야"

지난 6월, ESG 경영에 앞장섰던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이 석탄발전을 늘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저렴한 화석연료를 찾아 나선 것이다. ESG의 사회환경적 가치는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지속 가능한 ESG 경영을 강조해온지 불과 2년 만의 일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며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가리킨다. 최근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데 있어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커졌다. ESG를 요구하는 주체가 투자자에서 사회·국가적 차원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의 ESG 활동은 주로 투자자가 투자나 경영의 의사결정을 내릴 때 활용된다. 최남수 한국ESG경영원 원장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며 각국은 친환경 에너지 사용과 탄소 중립을 정부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면서 ESG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전세계에 ESG 열풍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해외 ESG 경영의 예로 스포츠용품 기업 푸마(PUMA)가 있다. 푸마는 세계적인 패션 미디어 기업 ‘비즈니스 오브 패션(Business of Fashion)’이 선정하는 2022년 최고 패션 업계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얻었다. 공정과정에서 탄소를 감축하며 환경보호를 이행했으며, 근로자를 위한 행동 강령을 설립하고 노동 및 임금 데이터와 실적을 공개하는 등 사회와 지배구조 요소도 관리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풀무원을 예로 들 수 있다. 풀무원은 국내 상장사 대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1년 ESG 평가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들은 친환경 제조·유통 과정 시스템으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했으며, 비영리법인 풀무원 재단을 설립하고 발달장애 노인 전문 시설과 협약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했다. 또한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늘리는 등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한 ESG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본주의의 시작 이래로 꾸준히 논의되며 발전해 왔다. 이는 ESG,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등의 기반이 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ESG와 CSR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CSR은 △국가 △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며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했으나, 이를 시행하려면 기업의 자발성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다 2006년 UN의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서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환경과 사회를 고려하는 투자자의 의무가 논의되고 변화가 일어났다. 이후 대두된 ESG는 투자자가 중점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전의 CSR 개념보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강제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ESG 평가, 믿을 수 있을까? 
ESG가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투자자가 기업의 사업 위험도와 ESG 성과를 파악할 수 있는 ‘ESG 평가’ 또한 중요해졌다. 이는 전문적인 평가기관들에 의해 진행되며, 각 기관은 자체적으로 세운 기준을 통해 기업들의 공개 정보를 평가한다. 국내 평가기관으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경영 컨설팅회사 서스틴베스트가 대표적이다. 해외 평가기관에는 미국 금융정보 회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하 MSCI), 글로벌 컨설팅회사 레피니티브 등이 있다.

문제는 평가기관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의 ESG 평가기관은 600곳을 넘었다.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와 비교했을 때 △무디스 △피치 △S&P 3대 회사가 전 세계 대부분의 신용평가 시장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기관마다 ESG 평가항목과 가중치가 달라, 같은 기업이라도 평가기관마다 다른 결과를 받기도 한다. MSCI는 작년 삼성중공업에 최저 등급인 CCC를 줬으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B+를 부여했다. 평가기관마다 결과가 낮은 일치도를 보이면 기업들의 ESG 활동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국제적으로 통일된 평가지표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국제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SSB)는 올해 ESG의 국제적 표준인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단순히 평가지표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표준화된 지표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국가마다 사회문화적 요인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단일한 지표를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라고 말했다.
 

현실은 무늬만 ESG인 경우도
기업이 직접 시행한 ESG 경영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홍보하는 ‘ESG 워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2020년 녹색 채권 발행 이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발전소에 투자해 논란이 됐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에 따르면 ESG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한전의 녹색 채권에 적은 관심을 보였다. 석탄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 요소를 내세우는 한전의 행보가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윤리경영 리스크가 드러났다. 하지만 네이버는 사건 발생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종합 A+ 등급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윤리경영을 포함하는 지배구조 부문에서도 A+ 등급이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ESG를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업이 따라가려다 보니 투자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ESG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ESG 워싱은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투자자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오도하는 문제를 일으킨다”고도 지적했다.

장밋빛 미래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편 일각에서 ESG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2020년 ESG 경영에 앞장섰던 세계적인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5월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고객사의 재정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전과는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전 세계의 ESG 채권은 4,280억 달러(약566조 5,9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ESG는 이미 기업이 달성해야 할 사회적 책임으로 여겨지고 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이른바 가치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에게 소비자가 원하는 윤리적 경영방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서 교수는 “소비 시장의 주축인 젊은 소비자들이 사회환경적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ESG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단순히 이목을 끌기 위한 ESG의 홍보성 요소들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한편 올해 미국과 EU 회원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선 ESG 공시화 의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 자산 2조 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에 대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를 2025년부터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는 기업의 사회환경적 책임 활동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기업들의 ESG 활동도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 책임을 지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최 원장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ESG가 필요하다”며 “기업들은 ESG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이를 장기적인 목표로 삼도록 경영 혁신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파리기후변화협약=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협정.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