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성인에게 그림책은 떠도는 마음을 살펴보게 하는 마음의 지표

그림책 모임을 통해 그림책의 매력에 빠졌으면

그림책은 아동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생의 모든 순간을 담는다. 우리와 그림책 사이에 교량을 놓아주는 연결자, 황유진 작가를 만나봤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현재 작가, 번역가이자 그림책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도서관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그림책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며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림책 작가가 된 계기는.
처음부터 그림책 분야의 일을 한 건 아니다. IT 회사에서 일하다 우연히 2009년에 열린 세계 일러스트 원화전에서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를 보게 됐다. 처음 그림책을 봤을 때 한눈에 많은 여백이 들어 왔던게 기억에 남는다. 신기하게도 그림 책을 읽을수록 그 안에 서술된 사람의 감정이 잘 드러난다고 느껴졌다. 이 순간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까지 인연이 됐다. 원화전 이후 그림책을 사서 읽어보며 그림책이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림책 에세이 어른의 그림책을 내게 된 계기를 소개해달라.
어른의 그림책은 36권의 그림책을 선정해 성인 독자로서 그림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은 여러 모임을 진행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은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내가 그림책을 보며 느꼈던 바를 설명하려 했다. 그러다 오프라인 그림책 모임을 다니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수록하고 싶어졌다. 그림책 모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그림책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에 더해 독자들에게 함께 읽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다. 다양한 이유로 감정을 억누르고 자기를 돌보지 못한 어른이 그림책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세상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책을 쓰게 됐다.

그림책 모임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일화는.
우연히 그림책 모임에 오신 분이 있었다. 원래 연극 무대를 구성하던 분이라 시각 매체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림책을 잘 알지는 못한 분이었다. 그림책 모임에 와서 처음 그림책을 접한 뒤, 그림책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 사랑을 계속 이어가 지금은 서울 영천시장 근처에 소나기 그림 책방을 냈다고 한다. 이렇게 그림책을 잘 모르던 사람이 그림책 모임을 계기로 그림책에 관심을 두게 돼 직업까지 이어졌다는게 신 기하고 뿌듯했다.

대학생에게 추천하는 그림책이 있다면.
대학생 시절은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도전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전으로 인해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만약 도전을 두려워하는 대학생이라면 그림책 오리건의 여행을 추천한다. 이 그림책은 도전해 나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 서커스 광대와 곰으로 살던 듀크와 오리건이 자유와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그린 그림책으로 독자는 두 주인공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실패를 경험해 힘들어하고 있는 대학생에게는 그림책 키오스크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올가는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조그마한 키오스크에 갇혀 낯선 곳으로 떠나게 된다. 좌절하거나 절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올가는 현실에 적응해나간다.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올가의 긍정적인 모습은 대학생들에게 희망을 전달한다.

성인에게 그림책이 어떤 존재가 됐으면 하는가.
그림책은 시간이 갈수록 어른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성인일지라도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에게 그림책은 묵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 어릴 때부터 억눌려있던 취향과 욕구 등의 감정이 성인이 된다고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 억압받은 십대의 경험으로 인해 다 큰 어른이 된 다음에야 사춘기를 겪고 방황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자신의 마음속 길 잃은 어린 양을 잘 돌봐줘야 한다. 그림책이 어른도 매번 ‘어른’으로서만 살 순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치유하는 존재가 됐으면 한다.

 

ⓒ황유진 작가 제공.
ⓒ황유진 작가 제공.
황유진 작가가 그림책 모임을 진행하는 모습.
ⓒ황유진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