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인간의 건강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을 연구한다. 2014년 하버드대학 사회학 교수 David Williams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간의 건강은 유전(genetic code)이 아닌 우편 번호(zip code)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어느 지역에서 자라왔고 거주하고 있는지가 건강을 결정짓는 중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Germ Theory의 발견 이후 질병의 원인을 <유전질환, 교육수준, 생활습관>과 같은 개인적인 요소로 설명하던 의료계의 선행 연구와 차이가 있다. 병원에 가면 가족력부터 조사하는데, 의사가 나의 거주 환경에 대해서 왜 묻지 않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공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학자들의 오래된 관심 영역이다. 대표적인 학자로 Emile Durkheim을 들 수 있다. Durkheim은 ‘자살론(1897)’을 통해,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동이 사회규범의 해체를 가져오고, 규범적 질서의 파괴는 개인의 자살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정신건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그의 연구는 후에 시카고학파의 ‘사회 해체론(social disorganization theory)’에 영향을 준다. 시카고학파는 1900년대 초 미국의 도시사회학의 발전을 이끈 시카고대학 사회학과 교수, 학생진을 일컫는다. 이들은 도시의 사회구조와 기능의 해체에 관심을 두었다. 거주지의 <빈곤율, 인종 갈등, 주거 불안>과 같은 공간불평등이 청소년의 비행율을 높이며 거주민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를 양산했다. 흥미로운 것은 교육수준, 흡연, 음주와 같은 개인적 특성을 통제하고도 지역사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공간이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 of health)임을 입증하는 증거다.

과학기술 발달로 학문의 경계를 넘는 ‘통합 학문’의 시대가 열렸다. 사회해체론이 건강과 공간의 이론적 개념을 발달 시켜왔다면, 나는 다양한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개념을 확장하려고 한다. 현재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노년대학 석좌교수Eileen Crimmins팀과 <DNA 데이터, 지리정보 시스템(GIS) 데이터, AI 머신러닝 테크닉>을 사용하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서, 녹지 면적(green space)이 크고 도로연 결성(street connectivity)이 좋은 지역에 사는 노인일수록 생체 나이(biological aging)가 2살 정도 낮다는 결과를 얻었다. 지역사회 근린생활시설의 접근성이 용이할 수록 거주자의 신체활동을 증가시켜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지역간, 계층간, 집단간 건강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학기 본교 부임 후 “도시와 건강의 사회융합적 이해”라는 수업을 열었다. 본 과목을 통해 보건학, 생물학, 심리학과의 접목을 통해, 공간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역할을 살펴 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은 이미 도시에 살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시발전과 재생>, <도시의 쇠퇴와 복원>은 우리의 삶 전반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사회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에서 사회불평등의 의미와 발생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본 수업을 통해 공간을 바라보는 <사회융합적 시각>에 한 걸음 가까워지기 바라며, 초고령화사회에 혁신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으로써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학과 이해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