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학보사에 몸담게 된 순간부터 대학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스스로 계속 되물었다. 에브리타임보다 느린 정보와 지면 기사에 익숙하지 않은 학우들 사이에서 ‘학보 기사’가 설 수 있는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 그럼에도 슬기롭게 대학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성대신문을 보며 재차 감탄했다.

먼저 1면부터 3면까지 이어지는 자과캠 공약 점검 기사는 1699호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사였다. 시들어가는 학생자치 가운데서 학생회의 공약 이행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학우들은 적어지고 있다.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단과대의 학생회 공약을 세심하게 살피고 인터뷰를 진행한 성대신문의 노력이 돋보였다. 학생자치를 위해 힘쓰는 학생회 구성원들의 피땀이 잊히지 않도록 이행된 공약을 보도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한 약속을 잊지 않도록 상기해준 기사였다. 대학부 기자 출신으로서, 모든 단과대의 학생회 공약을 점검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포그래픽의 가독성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구성에서 한 눈에 이행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퍼센티지를 적어줬다면 더 읽고 싶은 1면이 되었을 것 같다.

5면 ‘반촌 돋보기’는 아이템 선정이 신선했고, 지역신문으로 기능할 수 있는 대학 언론의 가치를 보여준 보도였다. 올해 여름, 유독 잦았던 폭우와 폭염, 그리고 코로나19의 여파까지. ‘재난’이라 는 카테고리 안에서 ‘종로구’와 ‘수원시’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색 다른 시도였다. 특히 사진을 통해 전해지는 현장감이 인상적이었 다. 기사로는 묘사하기 어려운, 사진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함이 잘 전달됐다.

6면부터 이어지는 사회, 학술, 문화면에서도 대학언론만의 매 력이 드러났다. 청년 의제에 초점을 맞춘 아르바이트 기사, 발로 뛰는 대학 기자의 열정이 묻어난 무료 급식소 기사. 청년들의 향수 를 불러일으킬 그림책 기사까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면은 8면이었다. 한 지면 전체가 자율 주행차에 대해 담고 있는 긴 기사였지만, 각 3개의 기사마다 목표 로 하는 지점이 분명했고 기자가 이를 잘 구현해냈다. 학술면은 딱 딱하고 지루해지기에 십상인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기 자의 문장력이 빛났다. 여러 명의 전문가 멘트를 적재적소에 배치 하고 기잣말로 한 번 더 풀어주는 구성으로 복잡한 기술의 변천 과정이 쉽게 이해됐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현주소, 제도적 상황, 체험기, 전망까지 이어지는 구성도 유기적이었다. 하지만 체험기 사진이 다소 작게 배치된 점은 아쉬웠다.

내용적으로도 훌륭했던 1699호였지만, 성대신문 기자들의 따 뜻한 배려는 전반적인 레이아웃에도 묻어났다. 읽고 싶은 제목을 만들기 위해 헤드라인을 고민한 티가 났으며, 텍스트 압박이 없도 록 일러스트와 사진을 곳곳에 배치하고, 중제목을 잘 활용했다. 조금이라도 독자에게 생소할 만한 단어는 주석으로 설명해주는 세심함도 놓치지 않았다.

성대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대학 언론으로서의 열정과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해 온 것처 럼 앞으로도 대학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여러분만의 가치를 찬란하게 펼치 길 응원한다.
 

서강학보 이지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