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혜균 기자 (sgprbs@skkuw.com)

지난달 30일, 인사캠 대운동장은 건학기념제 아티스트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필자 또한 그들 중 한 명으로서 끝까지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나고 썰물처럼 빠르게 공연장을 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필자 또한 서둘러 출구로 나가려는데, 바닥에 떨어진 빈 물통들이 자꾸 발에 챘다. 뒤를 돌아보니 공연장 바닥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힐끗거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공연장에서 나가기 바빴다. 필자 또한 바닥에 떨어진 비닐봉지와 물병들을 보고 망설였지만, 결국엔 필자도 사람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양심의 가책은 있었지만 잠깐이었다. 눈을 돌리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닥 이곳저곳에 널린 쓰레기들을 떠올리니 며칠 전 필자가 방문한 예술의전당과 한국전력공사 의 ‘영원의시작 : ZERO’ 전시의 한 작품이 떠오른다. 장한나의 <뉴 락New Rock>이다. ‘새로운 돌멩이’라는 뜻의 뉴 락은 장한나가 2017년 울산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풍화작용을 거쳐 암석의 형태가 된 것을 보고 이를 지칭하며 붙인 말이다. 전시에서는 작가가 수집한 뉴 락 표본과 연구 기록, 일련의 설치 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가 수집한 표본 중에는 세월의 흔적으로 누렇게 변하고 뒤틀린 스티로폼에 따개비와 작은 홍합 군체가 붙어있는 것도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끝내 썩지 않은 인공물이 마치 자연처럼 하나의 생태 공간이 된 모습은 매우 이질적이고, 어딘가 불편한 기분도 들게 한다. 뉴 락은 우리가 버린 것들이 당장 우리의 눈에서 사라졌다고 그것들이 영영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일상에서 쉬이 쓰고 쉬이 버린 것들은 대부분이 그만큼 쉬이 썩어 사라지지 못하고, 지구 어딘가에서 몇십 년, 몇백 년 남아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20대는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세대로 설명된다. 필자의 주변인 중에는 비건은 아니지만, 육류 섭취를 줄이고자 의식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샐러드를 먹는 이들이 꽤 있다. 카페에서는 그러한 20대의 소비문화에 맞춰 기존의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지양하고 대나무 등의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빨대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우리는 여전히 ‘새삥’에 열광한다. 에잇세컨즈, 자라 등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산업 브랜드의 주류 소비층은 2~30대다.

20대의 그러한 모순적인 소비 경향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제시됐지만 시민 사회에서 환경 인식 수준이 개선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보다는, 우리의 모순적인 소비 경향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스스로 물어보길 바란다. 내가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 모으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리적 소비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그것이 힙해보여서, 혹은 요즘 유행에 편승하기 위한 것 아닌가?


 

김혜균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