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의 여러 기능 중 핵심은 학생에 대한 교육이다. 교육은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교육이 단순히 지식과 기술의 전달에 그치지않고 삶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게 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활동이라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여러 해동안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을 운영하여 왔다. 여러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은 강의실 밖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을 하게 된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교육을 위한 경험의 장(場)으로서 대학의 변화는 분명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경험의 장소로서 대학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교가 서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학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무엇보다도 학생의 다양한 경험을 가로막는 각종 규정이나 교칙이 바뀌어야 한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평가제도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들의 성취를 평가하고 더 나아가 이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면서 주어진 성과를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교육 프로그램의 질 관리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이를 쉽게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자. 학생의 경험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지식과 기술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학생의 성취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평가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학생이 그 기준을 의식하면서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가? 더 심각하게, 한 학생의 경험이 다른 학생의 경험과 어떻게 비교될 수 있는가?

대학이 진정으로 학생 경험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주어진 성과를 강조하는 것이 아닌 과정을 강조해야 한다. 필수비타민이 들어있는 영양제를 먹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분명 다르다. 우리팀이 하는 운동경기를 지켜보는 재미는 이겼다는 결과만 알았을 때의 기쁨과 전혀 다른 것이다. 함께하는 재미, 과정의 의미를 느끼고 과정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직접 경험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신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대학에서 경험하는 성공과 실패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경험의 장으로서 대학에서는 이러한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학창 시절의 성공과 실패는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서 미래에 전혀 다르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연습하는 곳, 세상에 나가기 전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곳이다.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서 야기되는 현재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훗날의 진정한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만패도사의 교훈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대학은 학생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평가하는 것을 지양하고 학생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학 시절은 열매를 맺는 시기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위한 씨를 뿌리는 시기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자신이 제공하는 교육에 대해 확인하고 평가하려는 조급함 보다는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되 앞으로 나타날 학생의 가능성을 믿어 주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최근 들어 대학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대학과 정부와의 관계를 다루는 대학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는 종종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학 내에서 대학과 학생의 관계를 다루는 여러 규정, 특히 대학의 역할이나 교육기관으로 활동에 어긋나는 규정들에 대한 완화나 폐지에 대한 논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정부의 대학규제보다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의 여러 규정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학은 정부에 대한 규제 완화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자신들의 규정 변화를 우선적으로 하여야 한다.

 

교육학과 고장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