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다음 주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더라. 곧 겨울이다. 사람들은 초겨울이면 낙엽이 죄다 떨어져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던데. 날이 추워지면 마음이 오히려 짱짱해진다.

11월이면 트는 캐럴처럼, 겨울에는 겨울의 몫이 있다. 반으로 접어 두르는 체크 목도리도, 보들한 니트도, 밖에 나올 때 코를 찡긋거리며 찬 공기 냄새를 맡는 것도, 손을 잡으며 ‘너 손이 왜 이렇게 차니’라고 건네는 말도 모두 겨울의 몫이다. 겨울이 갖고 있는 것들은 꼭 마음에 드는 것만 있어 날이 추워지면 마음이 들떴다. 차가운 공기에 짱짱해져 마음이 잘도 튀어 오른다. 조금만 움직여도 튀어 나오는 마음으로 겨울이면 긴 편지를 썼다. 단단해진 마음을 신기해하며 새해의 계획을 적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마지막 매듭을 어떻게 잘 지을지 다음건 뭐로 할지 고르다보면 한 달이 금방이다.

그러나 겨울이면 조급함이 어김없이 그 마음을 비집고 올라온다. 친구들은 모여 한 살 더 먹을 우리를 이야기하고, 책상에 세워둔 달력은 겨우 두 장 남아 툭 치면 뒤로 쓰러져 버린다. 히터가 세게 틀어진 도서관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면 눈도 목도 다 건조해지는데 마음도 꼭 그렇다. 쌓여 있는 할일 사이로 치미는 불안에 마음이 바스락거린다. 겨울의 몫으로 떼어 놓은 불안은 그 덩어리가 크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중요한 선택은 겨울의 몫이었다. 해마다 겨울이면 새로운 문을 두드려 열어야 했다. 대학에 온 것도 그랬고 국문과에 온 것도 마찬가지다. 겨울을 떠올리면 문이 열리지 않을까 간절히 손을 모으던 내가 있고, 어느 문을 여는 게 맞을까 문 앞을 한참 오가며 고민하는 내가 있다. 눈을 감고 빌었던 소원은 모두 겨울의 몫이다.

스물 하나에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확신에 가득 차 두드리는 단단한 주먹이 있으면 어떤 문이던 다 열릴 거 같았다. 그래서 여름 내내 다 녹아 흐물해진 마음으로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 했다. 충분히 단단하지 않은 마음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여름에는 그게 무서웠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다음 주면 영하로 떨어진다기에 요 며칠 겨울의 몫으로 소원을 골랐다. 고르다 보니 단단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건 올해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마음이 어느새 짱짱해져 있다. 그걸 보니 괜찮아졌다. 이제는 물렁해지다가도 단단해질 수 있단 걸 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혹은 여름에서 가을을 건너서.



 

최가경(국문 21)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