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현 편집장 (kshyunssj@skkuw.com)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지면을 빌려 인사드립니다. 캠퍼스를 색깔로 물들였던 단풍잎도 어느새 발치에 쌓여가는 때입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 학교의 논술 고사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슬슬 기말고사 기간에 돌입하는 학우들을 보고 있자면 온 학교가 올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성대신문도 이번 지면을 마지막으로 올해 발간을 마칩니다. 한 학기에 8번, 올해 동안 총 16번의 신문을 발간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학교와 사회를 담기에는 적은 발간 횟수일지 몰라도, 그만큼 다양하고 깊이 있는 기사로 지면을 채우기 위해 기자들은 밤낮으로 노력합니다. 올해 성대신문은 일상을 회복한 학교와 주변 상권의 이야기를 담았고, 교내 청소노동자와 동행해 르포를 작성했으며, 대학 규제 완화가 미친 영향을 알아보고, 국제면을 신설해 월드컵과 칩4의 내용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내부 구성원으로서 뿌듯하고 기사 하나 지면 하나가 소중하지만 몇 명의 독자에게 어떻게 이 기사가 가닿았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제 감정과는 늘 다른 문제입니다.

학보사 기자로서 기사를 쓰는 일은 자문(自問)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쓰는 게 맞나. 내가 이걸 쓰면 누가 얼마나 읽어줄까.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 2년의 신문사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도 이 질문들에 대해 완전한 답을 내리지 못한 걸 보면 참 어려운 고민인 듯합니다. 디지털화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학언론은 전에 비해 확연히 독자가 줄었습니다. 준정기자 때 쓴 첫 기사가 실린 신문이 배포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 꽤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속상하던지요. 그 이후 몇 번의 발간을 지나며 적은 독자를 위해서 기사를 쓰는 일에 조금은 익숙해졌습니다. 정기자가 될 때쯤에는 ‘그래, 누구라도 읽으면 되는 거지’라는 부끄러운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편집장이 된 후에야 머무르면 안 된다는 것이 확연히 보이더군요. 왜 노력을 몰라주느냐고 묻고 투정부리기 이전에, 어떤 부분이 학우들에게 가장 필요할지 더 고민하는 게 당연하겠지요.

잠시 다른 이야길 하자면, 종종 글 끝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이 있는 걸 보면 의문이 들고는 했습니다. 독자가 필요해서 읽은 걸 텐데 감사까지 하다니, 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럼에도 성대신문의 독자들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여전히 함께 종이신문의 깊이와 힘을 믿어주셔서, 저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공감해주셔서,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정성 들여 작성한 기사가 제 주인을 찾을 수 있게 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성대신문은 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핑계도 대고 싶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좋은 기사란 뭘지, 학우들에게 필요한 기사는 뭘지, 어떻게 하면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지 몰라도 쉽게 쉽게 해치우는 지면과 고민이 담긴 지면은 독자 여러분께서 구분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옛날처럼 발간일에 신문사 앞에 학우들이 줄을 서서 신문을 받아가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성대신문의 기사를 찾아주는 독자들이 있으니까요.

필요해서 읽히는 게 당연한 신문이 되도록, 그래서 읽어주는 것에 감사할 이유가 없을 때까지 고민하고 노력해보려 합니다. 그 과정에 있을 앞으로의 성대신문도 살펴 보아주시기를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리며 올해 마지막 신문을 펴냅니다.



 

김수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