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현 기자 (paul0522@g.skku.edu)

청년부채 증가폭 가파르게 상승해

불법 금융 피해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청년층의 부채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가계대출 총액은 20대는 61.8%, 30대는 2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증가율 22.9%보다 높은 수치다. 청년층의 부채는 증가 속도가 빠르고 상환능력이 부족한 특징이 있어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부채가 늘더라도 관리능력이 있다면 큰 어려움이 생기진 않으나, 청년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자산과 소득이 모두 낮은 편이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고용 위기를 겪는 이들 또한 증가하고 있어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청년부채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각종 해결책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청년들이 받는 대출
최근 5년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의 평균 부채 보유액은 2017년 2,393만 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55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대의 경우 금융부채 규모 자체는 적은 편이나 그 증가 속도가 빠르고 보증금 등 담보자산을 적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받는 대출에는 크게 △전세자금 대출 △학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 △주택담보 대출 등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생활비 지출이 줄어들고 장학금 제도가 활발히 운영되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학생의 수는 점차 감소 추세에 있으나, 이들의 부채상환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 체납 건수는 3만 9,345건으로 2017년 1만 2,935건 대비 204.2% 증가한 상황이며, 학자금 대출 체납 액수 역시 481억 원으로 2017년 145억 원 대비 231.7% 확대됐다.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2030세대의 전세대출 잔액이 가장 많았다. 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6월 기준 은행권 20대 전세대출 차주(돈 빌린 사람) 수는 30만 6,013명(22.2%), 30대 차주 수는 54만 2,014명(39.4%)으로, 전체의 61.6%에 달했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도 청년층은 100조 원에 달하는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청년층의 전세대출 잔액은 93조 9,958억 원으로 전체 전세대출 비중의 55.6%를 차지한다.

청년들이 채무를 지는 경우는 이외에도 다양하다. 최근 몇 년간 주가의 시가 상승에 발맞춰 청년들의 주식투자 건수가 늘어나면서, 채무를 지며 투자를 하는 일명 ‘빚투’를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학생과 대학원생 투자자 4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빚을 내서 투자한 비율은 18.2%에 달했다.

금리상승과 고통받는 청년 대출자
기준금리의 상승 폭이 두드러지며 청년들의 부담은 더 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25%로 올렸다. 전년 동월 1.00%였던 금리가 1년 만에 약 3배가 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금리인상을 통해 시장 내 통화량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우리 학교 경제학과 김영한 교수는 “기준금리가 상승할 때 이자 부담은 기준금리의 상승 폭보다 더 크다”고 전했다. 채무자들은 기준금리 상승 이상의 이자 부담을 겪는다. 특히 부채상환 능력이 낮은 청년 채무자의 경우 그 부담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주식투자를 위해 생활비 대출을 감행했던 A학우는 “대출을 처음 받았던 작년 9월 금리는 6% 정도였지만 현재 9%의 금리로 상환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일용직 노동도 이어나가고 있지만,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껴 조금이라도 저축하고자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관계자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많이 받는데 이때 금리 인상에 따른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자산 가격 조정 등이 맞물리면 신용도가 하락하는 등 부실화 가능성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의 ‘청년층 가계대출 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취약차주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6.9%,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17.1%로 나타나 총 24.0%에 달했다. 청년 차주 4명 중 1명은 이미 취약차주에 해당하거나 2년 안에 취약차주가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취약차주는 *다중 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이거나 7~10등급의 저신용인 사람들을 말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잠재 취약차주에 속하는 다중 채무자는 현재 약 446만 명에 이르고 30대 이하, 중·저소득 계층의 다중채무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시중은행의 높아진 금리로 등장한 5%대 예금.
A학우의 총 부채 상태.
ⓒA학우 제공


정부의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빚투’ 옹호한다?
9월 26일, 정부는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의식한 듯 만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층을 대상으로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출을 받았을 경우 보유한 협약 금융회사의 대출에 대해 연체 이전이더라도 △금리경감 △상환기간 연장 △상환 유예 등 차주의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김 교수는 “청년층의 채무부담이 늘었고 동시에 청년층이 채무불이행으로 빠질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제도는 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양산을 사전에 예방하는 목적이 있으나, 일각에선 정부가 빚을 갚아주는 것처럼 보인다며 빚투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채무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청년층도 증가하는 추세다. 진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개인회생 신청자현황’을 보면 20대 개인회생 신청자는 2019년 1만 307건에서 지난해 1만 1,907건으로 2년 동안 15.5% 증가했다. 일부에선 무리한 투자와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책임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개인회생에는 무리한 대출 외에 △경기 불황 △물가상승 △불안정한 고용시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을 받은 만 34세 미취업 청년의 연체 발생 사유 중 30%가 ‘생계비 증가’,21.3%가 ‘실직’이다. ‘주식 등 투자 실패’는 0.8%에 그친다.

유의미한 금융교육 필요해
한편 청년부채에 따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당국이 금융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20년 성인(만 18~79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 중 금융·경제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청년들은 33.7%에 불과했다. 66.3%의 과반수가 넘는 청년이 제대로 된 금융·경제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했다. A학우는 "만약 충분한 대출 교육을 받았다면 대출을 조금 더 신중하게 받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은 현재 종사자 교육, 특수 계층 교육 등과 더불어 생애주기별 교육을 온라인으로 배포한다. 생애주기별 교육은 이용자의 특성을 반영해 △금융사기예방 △서민금융지원제도 △신용·부채관리 △재무설계 △합리적 소비와 저축 등을 맞춤형 교육 형태로 제공한다. 북한이탈주민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교육도 준비돼 있다. 청년·대학생을 위한 교육에서는 저축, 지출관리와 같이 사회초년생을 위한 내용부터 다양한 지원제도와 부채관리까지 실질적인 내용을 교육한다.

서금원의 금융교육, 서울 영테크 원데이스쿨 등 정부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교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교육이 나아갈 길은 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한 1,038명을 대상으로 금융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8%는 금융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금융지식 부족’을 꼽았다. 단발적인 형태에서 나아가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금융교육이 부재할 뿐 아니라 초·중등 금융교육의 경우 학교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초·중·고등학교 학생 대상으로 실시되는 ‘*1사1교 금융교육’이 등장하기도 했다. 금융교육 의무화와 같이 근본적인 단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생애주기별 교육 대상자.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포털 캡처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함께 해결할 수 있어야
청년들의 부채 문제는 빚투, 영끌과 같은 개인적 측면에서 비롯할 수 있더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 불안정 노동과 같은 사회적 측면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크다. 나아가 부채의 부담은 채무불이행에 그치지 않고 불법 금융 피해 등 또 다른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예방 및 대처할 필요가 있다. 광주드림청년은행은 2018년부터 청년부채에 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상담을 완료한 460명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72명의 청년이 불법 금융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높아진 채무부담을 해결하고자 불법 금융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기에, 청년채무와 불법 금융 간 상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 불법 금융 피해 유형별(중복응답)로는 내구제 대출(44명), 명의도용(16명), 작업 대출(12명), 사채(9명), 보이스피싱(9명) 등 순으로 그 빈도가 높았다. 내구제 대출이란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 개통 후 이를 대부업자에게 넘기면 휴대전화 가격 중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식이다.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우리 학교 경제학과 임병화 교수는 “본질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해야 청년 대출자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가 제공하는 일자리 정책의 범위에도 한계가 있을뿐더러 무조건적으로 청년 대출을 줄여주기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임 교수는 “청년 스스로 대출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청년 개인의 노력을 정부가 이끌어 함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부채가 증가하는 지금, 문제를 더욱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정부와 개인 모두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쓸 때다.
 

◆다중 채무자=여러 금융회사로부터 중복해서 돈을 빌려 쓰고 있는 채무자.

◆개인회생=채무자가 장래 일정한 수입이 있을 것을 전제로 그 수입을 변제의 재원으로 삼아 원칙적으로 원금을 일부 성실히 변제하면 잔존 채무를 면책받을 수 있는 갱생형 제도.

◆개인워크아웃=은행이나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2금융권, 3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을 90일 이상 연체 시 심사를 통해 자격이 되는 경우 연장과 월 상환액 축소로 현실적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게 하는 제도.

◆프리워크아웃=1~3개월 미만의 단기 연체 채무자에 대해 이자율 인하 및 상환기간 연장 등 선제적 채무조정을 통해서 연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

◆1사1교=금융회사 본·지점과 인근 초·중·고교가 자매결연을 맺고 금융회사가 결연 학교 학생들에게 다양한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

서민금융진흥원 부채관리 교육 화면.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포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