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성대문학상의 시 부문 응모는 작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작년 91명에서 올해 147명이 319편을 응모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대학원생에서부터 외국인 학생까지, 인사캠, 자과캠, 의과대학생 또는 만학도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시조, 서정시, 산문시 등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통제되었던 열정과 몸짓이 시를 통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압박되었던 감정이 너무 깊었던지 시적 언어나 형식을 갖추지 못한 채 날 감정 그대로 토로하는 시가 많았다.

릴케는 “시는 욕망이 아니고 사물에 대한 애걸이 아니다”라고 했다. 즉 자기의 욕망이나 감정을 정열적인 목소리에 담아 부르는 격한 노래가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하이데거는 존재의 참모습이 스스로 발화하는 고요한 울림을 듣고 시인이 자기 사유와의 상호관련을 시어로 담아내서 열어 밝히는 과정이 시짓기라고 말했다. 시인 김혜순은 시는 느끼고 관찰한 것의 표현이 아니라, 사‘ 건’의 핵심에 접속한 ‘잔상(殘像)’의 울림을 받아적은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시창작연습」>은 시쓰기의 정황을 시적 제재로 삼은 독특한 작품이다. 시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고 시는 비유(“구멍 난 양말 같은 유년” 등)의 언어 형식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치 일곱 편 시의 내용과 특징을 잡아내는 것 같으면서도 시 낭독을 듣는 시적 주체의 단상을 교차하며 모자이크적 입체성을 연출한다. 이 시적 세계는 정형화된 나를 넘어서 새로운 나의 발견이며 낯선 세계로의 탈주이다. 시적 현실은 일상 현실을 끌어안고 초월한다. 시는 “소맷자락에 떨어진 실 한 올”을 감촉하는 섬세한 감성과 관찰, “귀한것들을 묻어두는” 내밀한 양식이면서 축복이자, “우주선에 탄 개”의 감각과 상상에 접속하는 탈주이다. 응모작 3편이 골고루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서 신뢰가 갔다.

우수작 <외로운 건 외로운 거예요? 사랑이 아니에요?>는 청춘의 외로움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진솔하고도 설득력 있게 끌고 간 호흡이 만만치 않은 시쓰기 내공을 말해주었다. 외로움, 사랑, 버림받음, 두려움, 영화, 현실, ‘~에요?’라는 질문 등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상황을 차분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강요하거나 들뜨지 않고 냉소에 가까운 절제된 톤이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함께 제출한 <Meet me in Montauk!>란 시도 좋은 작품이었다.

가작 <이명>은 언어와 이미지, 상상력이 깔끔한 작품이었다. 전언을 가장 단아하게 그려내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 시적 완결성이 견고한 것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작위적 폐쇄성에 갇힌 느낌이다.

당선작들과 경합을 벌인 작품들이 있었다. <언어에 갇힌 인간>은 언어를 붙잡고 고투하는 글쓰는 자들의 숙명적 고뇌를 주제로 삼고 있는데, 사유의 늪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다림질은 계속되고>는 다림질과 생을 연계시키면서 고백하고 자백하고 실토하는 에피소드가 적실하며 매력적이었다. “했던가”로만 반복하다 끝나는 평면성이 아쉬웠다. <행복한 가정>은 위태로운 가족사 속에서 성장한 시적 화자의 풍자와 역설이 체험적 언어로 설계되었다. 조금만 더 훈련하면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다. <얼음이 사랑할 때>는 소리와 색깔 등 감각에 대한 민감함으로 사랑을 말해보려는 시적 기투가 멋졌는데, 말이 조금 서툴렀다. 지면관계상 거론하지 못한 많은 작품들이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시를 쓰는 행위 그 자체가 축복이다. 시와 함께 생을 건너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