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명

 

이예찬(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8)

 

날카로운 송곳니가 신경을 후비자 죽은 소리 생을 얻는다

 

 

독 오른 뱀은 음절과 음절 사이에서 부닥치며

 

 

나지막이 노래를 속삭인다


 

 

연신 혓바닥을 날름거리던 다리 잃은 짐승

 

 

깊은 겨울을 나기 위해 어둡고 습한 곳을 찾는다

 

 

달팽이관을 가로 선 얇은 고막 앞에서

 

 

조금씩 신음 섞인 독을 흘리며

 

 

속귓길을 따라 들어가는 소리에게 미로를 선물한다

 

 

사방 막힌 밀실에서 뱀은 똬리를 틀 것이다

 

 

어디서 시작한 메아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들의 합창이 들리면 어느새 나도 소리가 되어

 

 

음절과 음절 사이에서 요동친다

 

 

침대에 눕는 밤이면 깊은 곳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고

 

 

울음 가득한 미로 안에서 잠을 찾는 나날

 

 

소리의 모서리는 부서지지 않고 멍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이예찬(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