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예련 (polly0301@naver.com)

직접 독자를 찾아나선 작가들

메일링 서비스, 기존 등단 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제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향유한다. 잠들기 전 팟캐스트를 통해 책을 듣고, 북튜버의 영상으로 책을 소개 받는다. 이전보다 짧고, 또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작가가 매일 밤 메일로 글을 보내준다면 어떨까? 이제는 작가를 구독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글도 ‘구독’할 수 있다고?
SNS의 발달로 직접 독자를 찾아 나선 작가들이 있다. 메일링 서비스란 월 구독료를 내고 수필, 시 등의 다양한 창작물은 이메일을 통해 작가에게 직접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서비스를 말한다. 메일링 서비스의 전 과정은 SNS를 활용해 이뤄진다. 간단한 개인정보와 메일주소를 작성하면 계좌번호를 통해 구독료를 입금하는 방식이다. 기자가 직접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SNS 계정 게시물을 통해 메일링 서비스를 구독해보니 구독은 2분 정도로 매우 간단하게 할 수 있었고 이후 매일 밤 자정 입력한 메일 주소로 작가의 글이 도착했다.

메일링 서비스의 문을 연 ‘일간 이슬아’
메일링 서비스는 2018년 ‘일간 이슬아’를 통해 문학계에서 시작됐다. 이슬아 작가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고안한 구독 서비스가 메일링 서비스의 시초였던 셈이다. 가격은 월 구독료 1만 원으로 20편의 글을 받아볼 수 있다. 대중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 현재까지도 5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메일로 보낸 글을 모아 출판한 책 「일간 이슬아」는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메일링 서비스가 이용되고 있다. 다양한 작가들이 수필 등을 메일링 하는 것에서 분야가 더 확장된 것이다. 서양 철학 관련 문헌을 번역 출판하는 ‘전기가오리’의 구독 서비스, 조영일 비평가의 ‘메일링 비평 구독’ 등이 그 예시다. 글을 구독하는 방식의 메일링 서비스가 작가가 지면을 확보하는 하나의 새로운 방식이 된 것이다.

지면을 개척하는 작가들
새로운 길을 찾은 작가들에게 대중들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메일링 서비스의 마케팅과 구독의 모든 절차가 작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작가의 메일에서 나의 메일로 직접 글이 전달된다는 사실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이슬아 작가는 “독자와 작가 사이에 출판사나 잡지사 등의 플랫폼이 있는 기존 출판 방식과 달리 메일링의 경우 둘 사이의 단계가 없어져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는다”고 밝혔다.

글을 쓰는 노동에 보상하다
작가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메일링 서비스는 큰 매력이 있다. 기존 출판 방식에서는 작가들이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선인세를 받는다. 하지만 그것은 책을 팔아 창출할 수익을 미리 지급받는 것이며 집필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돈을 지급받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메일링 서비스의 경우 글을 쓰는 동안 들이는 노동에 대해 따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이를 모아 책으로 출판한다면 책에 대한 계약금 또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도의 문턱을 조금씩 낮춘다는 것
메일링 서비스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심사자 혹은 문예지 등의 매체를 삭제하여 등단제도의 폐쇄성을 일부 해소하기도 한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김미정 강사는 “문학계에서는 2010년도부터 이미 등단제도의 폐쇄성에 대해 인지하고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 중에 있다”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기존 작가에 대한 청탁이 아닌 전체 공모를 통해 지면을 채우는 시도 등이 그 사례”라고 말했다. 메일링 서비스 또한 폐쇄성 해소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문학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이러한 등단 없는 문학이 문학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엄정한 심사 없이 등단을 남발해 작가의 수준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이 작가는 “개인적으로 문단 속 글들을 많이 좋아하지만 문단 안에 있는 작품만을 문학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정식 등단 루트를 거치지 않은 작가들도 이미 좋은 글을 쓰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등단에는 주로 시와 소설, 서평만 있고 에세이, 인터뷰 등의 부문은 배제되는 문제 또한 짚어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강사 또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에 지면이 열려 있는 것은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등단 제도 앞에서 메일링 서비스는 SNS를 활용해 그것들을 일부 보완하고 지면의 기회를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문학의 공공성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선인세: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미리 주는 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