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우혁 (wh990918@naver.com)

구속만으로 투수를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구속과 함께 보기 좋은 구위 평가지표
 

최근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강야구 출연진 중 한 명인 전 프로야구 투수 유희관은 프로야구 선수 시절 당시 리그에서 가장 느린 구속으로도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그는 어떻게 느린공을 가지고 리그를 평정할 수 있었을까?

150km/h 강속구 잡는 130km/h 저속구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의 속구 분당 회전수는 2300회 이내, 유희관은 2412.51회다. 이는 류현진의 평균구속이 150km/h대, 유희관의 평균구속이 130km/h대인 것과 대비되는 수치이다. 전 프로야구 투수 손혁에 따르면 유희관의 속구는 그 회전수에 비결이 숨어있다. 유희관 속구의 높은 회전수는 타자 입장에서 공의 실제 시속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도록 한다. 즉, 구속 뿐만 아니라 공의 회전수도 투수의 구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러나 구속이 투수의 구위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반면, 회전수의 중요성은 간과되기 마련이다. 올해 처음으로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 강지혜(영어영문 19) 학우는 “구속과 달리 회전수는 매 경기, 매 투구마다 측정되는 수치가 아니다보니 회전수가 좋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구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많은 회전과 함께 솟구치는 공
회전수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몇 바퀴를 회전하는지 나타낸 값이다. 먼저 공의 회전은 공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유효회전’과 영향을 주지 않는 *‘자이로 회전’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공의 회전수가 무조건적으로 많은 것보다는 그중 유효회전이 얼마만큼 차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유효회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공의 회전축이다. 회전축이 운동방향과 수직일 때에만 유효회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회전축이 기울어지면 자이로 회전에 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에 같은 회전수라도 유효회전수는 줄어든다. 현 프로야구 선수 주승우 동문은 “유효회전수가 높으면 직구의 경우, 공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헛스윙이 많이 나오며 변화구의 경우는 상하 궤적에 변화가 많이 일어나서 타자가 공을 맞히기가 쉽지 않다”라며 유효회전이 공의 구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목표는 유효회전수 측정
공의 회전수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식은 전파를 이용해 공의 회전을 측정하는 트랙맨 기기를 사용한다. 트랙맨 기기를 활용해 측정한 회전수는 유효회전 뿐만 아니라 자이로 회전도 포함한 회전수이다. 따라서 트랙맨을 통한 회전수 측정값은 공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자이로 회전을 제외시키기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주어진 투구 정보를 토대로 회전수를 역산하는 방법이다. 이는 특별한 측정기구 없이 △초기속도 △출발지점 △도착지점을 함수에 대입해 회전수를 도출한다. 이렇게 도출한 회전수는 공의 유효회전 값만을 보여준다.

이처럼 회전수는 구속과 함께 투수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주 동문은 “구속도 중요하지만 회전수 역시 투수의 역량을 평가하기 좋은 지표”라며 “구속이 높지 않더라도 유효회전수가 높다면 프로 무대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전했다.

 ◇자이로 회전: 공의 회전축이 진행방향과 평행을 이룰 때의 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