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여러분들은 과거에 모두 아동이었다. 그렇다면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권리는 무엇일까? 그 답은 친부모와 같이 살 권리가 아닐까. 이것은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다. 유엔은 전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아동권리협약(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1989) 7조에서 아동이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기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재난, 질병, 기근, 전쟁 등으로 부모가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의붓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편부모와 같이 사는 아이들이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의 사망 때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깨어진 가정에서 살아가는 아동이 너무나 많다. 그러한 가정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존재다. 대중매체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혼 관련, 재혼 관련 리얼리티쇼에서 은연중 강조되고 있는 것은 첫 결혼에 실패한 성인 남녀의 행복 추구권이다. 반면, 그들이 낳은 자녀들은 그들의 관계에 맞춰 잘라 붙여지는 물건처럼 취급된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어린이문학에서도 그러한 변화는 일찍부터 감지되고 있었다. 유아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도서인 그림책에서도 전통적인 가족이 등장하는 작품을 점차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영미권의 경우 1960년대 이전에는 자녀와 부모가 같이 등장하는 그림책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어느 한쪽 부모만 등장한다거나 부모가 등장하더라도 그 관계가 소원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 작품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언급하는 사람들, 전통적인 결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시대를 역행하는 사람이거나 더 나아가 편견이 심한 사람이라고 비난받는다. 그러나 아동인권가인 K. Faust S. Manning는 최근 출간된 아이들은 정말 괜찮을까: 현대적 가정에서...(2021)에서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를 강력하게 옹호한다. 저자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축적된 통계와 과학적 자료를 기초로 하여 생물학적인 친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좋은 가정을 제공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사실 부모의 이혼을 비롯하여 그동안 자녀가 원하지 않은 방식으로 부모를 잃는 자녀들에 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세상 밖에 나오지 못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성인이 된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드러냈을 때 받을 불이익과 주변 사람들에게 미칠 파장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thembeforeus.com>과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세상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혼과 유기를 경험한 자녀, 동성 부모에게 입양된 아이들, 대리모로 혹은 정자 기증 아니 매매로 인해 출생한 아이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은 그들의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과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정체성 혼란의 끔찍한 결과를 마주한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성인들에게 맞추기 위해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파우스트와 매닝이 그의 책에서 주장하듯이 이것은 매우 비윤리적인 것이다. 아직 발달적으로 미숙하고 사회적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혼 부모들은 자신들은 자녀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는 상투적인 언술로 자녀들에게 이해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성인들의 자아실현을 위한 단순한 부속품이 아니다. 대신 성인들이 그 짐을 져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성인의 욕구를 아동의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모든 관행과 정책에 대한 비판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현은자 아동·청소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