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나래 부편집장 (naraekim3460@naver.com)

하루에 이렇게 많은 결정을 내려도 되나?’ 성대신문 부편집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드는 생각이다. 발간과 행정, 학교 측과의 조율, 기자 복지... 조직의 다방면이 데스크의 한순간의 결정에 좌우된다. 나는 성대신문에서 단지 선행(先行)’했기 때문에 책임자가 되었다. 4·5학기 이상 성대신문에 몸담은 기자가 편집장, 부편집장, 차장을 비롯한 데스크가 되어 1~3학기에 해당하는 기자들을 이끄는 시스템이다.

우리 학교, 문화, 사회, 학술 속 이야기를 가져와 지면과 뉴미디어 컨텐츠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큰 가치를 지니나 또 얼마나 쉽지만은 않은 일인지도 안다. 긴 취재와 고민 끝에 쓰인 글을 짧은 시간 안에 읽고 매 회의마다, 매 발간마다 피드백하고 검토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밤을 지새워 나온 글에 때로는 전면 수정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과연 내게 그런 자격이 있는 것일까?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해줄 수도 있겠지만, 나의 한마디에 누군가의 며칠간의 고생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

선행(先行)한 것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내게 그런 자격이 생긴 것일까. 선행의 의미는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느껴진다. 영화 <두 교황>에서 선행이란 축적된 시간에서 비롯한 현명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배경을 보여준다. 교황은 본래 종신직이라 교황이 별세할 경우, 추기경 중 한 명이 추기경단의 만장일치를 통해 교황으로 선출된다고 한다. 전임이었던 베네딕토 교황은 노쇠하고 여러 비리에 휩싸여 사임할 것을 희망했다. 또한 그는 보수적인 가치관으로 비판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한편, 인기도 많고 진보적인 성향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보수적인 교황청의 행보에 불만을 가져 역시 추기경직에서 사임을 원했다. 추기경에서의 사임을 원하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에게, 베네딕토 교황은 자신을 이어 교황을 맡을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자신과 가장 다른 위치의 사람에게, 자신의 뒤를 부탁한 것이다. 서로 추구하는 가치관은 달라도, 베네딕토 교황은 조직의 미래와 그를 이끌 적임자가 누군지를 내다보고 있었다. 처음엔 그를 거절하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우리가 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다.

베네딕토 교황의 선행은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행은 조직에 대한 누적된 고민을 사임이 아닌 긍정적인 혁신의 에너지로 바꾸었다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선행은 실로 말할 수 없을 만큼 깊다. 그들은 시민들의 삶을 수호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분들이다. 전 세계를 이끄는 교황의 리더십과 나의 리더십을 비교한다는 것이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선행의 무게를 되짚어 본다. 사회에서도 선행한 자는 주로 책임자가 되고, 대학 역시 같은 구조인데 그 기간이 짧아 사회의 압축판과도 같이 보인다. 성대신문에서 선행이란 더 많은 지면과 영상을 읽고, 보고, 쓰고, 만든 적이 있어 그 방향성과 형식, 방법에 대해 파악의 정도가 높은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는 다른 기자들보다 더 우수함을 말하지 않는다. 조직을 선()으로 이끌기 위한 선행(先行)이란 개인의 우수함보다는 조직에 대한 고민과 헌신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의 본분은 최대한 기자들이 좋은 내용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단순히 현재의 발간에만 눈을 두지 않고 성대신문이 앞으로 빛날 날들에 더욱 초점을 두는 것이라 매일 다짐한다.

 

김나래 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