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현 편집장 (dreamer7@skkuw.com)

가족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은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가족으로 정의한다. 대부분 사람이 떠올리는 가족의 양상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혼인, 혈연, 혹은 입양으로 이뤄진 형태이자,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숙명적 관계. 그게 흔히들 말하는 가족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연인 혹은 혈육이 아닌 누군가와 인생을 같이하며 돌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그리고 떠올려보자. 평생을 함께 자란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부른 적은 없었는지. 혹은 주위를 둘러 물어보자. 함께할 수 없는 사이와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고통받은 적은 없었는지. 그렇게 되짚다 보면 실은 가족이 무척 불분명한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한국이 정의하는 가족은 우스울 만치 정형적이다. 5인 가구인 우리 가족은 언제나 4개입 물건 두 세트를 사 3개를 남겼다. 늙어서 친구와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은 미숙한 나이의 치기 어린 생각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가족이란 단어 앞에 세상의 모든 따스한 연상을 끌어다 덧붙이면서, 정작 가족이 무엇이냐물으면 평범함 내지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갖가지 차가운 기준을 내놓는 것이 현실이다.

기어코 가족이란 개념은 사랑마저 포괄하지 못했다. 202010,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동성 부부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하며 동성 배우자를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겠단 의견을 내비쳤다. 이들은 이듬해 2월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혼인을 동성 간 결합으로 확장해 해석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가족이기 위해 가족을 부정해야 했던 많은 가족을 생각한다. 사랑의 다양성조차 넘나들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가족의 개념을 동반자 그 이상으로 확장해달라는 요구는 무리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 21, 이들이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견고해 보였던 한국식 가족 패러다임에도 균열이 생겼다. 마침내 서로가 서로를 부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오랜 세월 유지돼 온 한국의 정형적 가족상을 깨는 역사적 선언이었다.

지금의 승소는 기나긴 여정 중 한 지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오늘날 가족은 여전히 선택이 아닌 인정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누군가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임을 당연시하게 되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임을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남아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 판결문이 표명한 바와 같이 틀리다는 곧 다르다가 되어, 언젠가 가족이란 개념이 고집하는 견고한 틀이 무너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지고 싶다. 가족은 무엇일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감각 속에서 개별 가족이 각각의 형태로 인정받는 날을 그리기 때문에.

 

김가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