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예련 (aerong@skkuw.com)

소통과 네트워크를 앞세운 카카오톡이 시장을 지배해

편리한 온라인 기능이 관계를 계량화하기도

우리는 기념일이나 경조사가 있을 때 직접 선물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했다. ‘온라인 선물하기가 생기면서 단 몇 번의 터치만으로 선물을 보낼 수 있게 됐지만, 그 절차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친하지 않은 친구에게 어느 가격대의 선물을 보낼 것인가, 지나간 내 생일에 그들이 선물을 줬던가. 편리한 기능이 우리의 마음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몸집이 커진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

현재 선물 문화는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2020, 전년 대비 거래액 규모가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40.5% 증가했고, 11번가는 54.8%, 쿠팡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선물하기에서 주목할 점은 온라인 선물하기의 사용자가 MZ세대를 넘어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층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숙영(50) 씨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만남이 힘들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선물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온라인 선물하기가 MZ세대의 전유물이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중장년층까지 온라인 선물하기의 주요 고객으로 만들며 시장이 확대됐다.

 

카카오톡이 독점하는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

온라인 선물하기의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네이버 마켓컬리 쿠팡 G마켓 등의 *이커머스 기업이 선물하기 서비스를 도입했고 신세계와 롯데 등의 유통업체 또한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다. 각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SSG닷컴은 상대방의 연락처를 알면 한 번에 최대 200명에게 선물을 전달할 수 있는 여러 명에게 쓱 선물하기기능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쿠팡의 경우 2020로켓 선물하기서비스를 출시해 기존 서비스인 로켓 배송을 배송비 없이 선물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은 카카오톡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2022년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더 다양한 물품을 선택할 수 있고 배송 편의성도 뛰어난 이커머스 기업보다 메신저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학교 경영학과 한영지 교수는 카카오톡이 선물하기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커머스 기업들이 선물하기 시장에 진입했지만, 카카오톡은 메신저 서비스가 가지는 소통과 네트워크 기능을 활용했기에 시장의 선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리함이 불러온 또 다른 불편함

선물의 장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선물을 주는 과정은 간편해졌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만 이뤄지던 선물의 행위가 약한 유대 관계에서도 빈번해지고 있다. 우리 학교 경영학과 이석규 교수는 약한 유대 관계를 잘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받는 사람의 심리적 부담이 덜한 온라인 선물하기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관계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잦아지며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나타났다. 정승아(경영 22) 학우는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 친구가 내 생일에 선물을 보내면 그 친구의 생일에도 내가 선물을 줘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심리에 대해 한 교수는 약한 유대 관계에서는 체면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기대 이상의 선물을 받았을 때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를 위한 기능이 관계를 계량화한다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오늘 생일인 친구의 프로필을 첫 화면에 노출해 이용자를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유인한다. 생일인 친구의 선물하기 프로필에 들어가면 위시리스트 및 과거에 주고받은 선물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상대방의 취향을 알기 어려운 경우 이를 참고하도록 한 것이다. 정 학우는 주고받은 선물 내역을 보며 지난번에 받은 선물의 가격이 얼마인지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다생일을 축하한다는 개념보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개념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작위성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예영(유동 22) 학우는 생일선물로 어떤 걸 받고 싶냐고 물어보기 어색한 관계일 때 상대방의 위시리스트를 볼 수 있으니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온라인 선물하기, 선물의 개념을 바꾸다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의 성장은 선물의 개념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선물하는 이유가 온라인 선물하기의 접근성과 편리성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5~41세 남녀 900명의 89%는 온라인 쇼핑몰의 선물하기 기능을 여전히 생일 축하를 위해 사용한다고 답했다. 한편 36%는 감사 인사에 이용한다고 답했고, 29%는 결혼이나 이사, 승진 등을 축하할 때 이용한다고 답했다. 김 학우는 밴드 공연을 앞둔 친구에게 온라인 선물하기로 꽃다발을 보내주기도 한다소소한 이유로도 선물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선물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상품 가격의 90%를 현금으로 환불받거나 100%를 카카오톡 선물하기 포인트나 교환권으로 환불받을 수 있다. 과거에도 받은 선물을 환불받을 수 있었지만 영수증을 챙기거나 매장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역이용한 사례도 있다. 펀딩 플랫폼 프레제뉴에서는 생일인 사람이 본인에게 선물을 주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펀딩을 개설할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상품의 가격을 목표 달성액으로 설정하고 SNS에 공유하면 지인들이 펀딩에 참여해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 금액을 보태주는 방식이다. 또한 펀딩 플랫폼 바스켓에서는 기부처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모금함을 열어 지인들이 생일선물을 주는 것 대신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것도 선물한다고?

선물의 개념이 변화하며 그 유형도 다양해졌다.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이 태동하던 2010년에는 커피 교환권이나 케이크 교환권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하는 기프티콘이 많았다면 현재는 받자마자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물 또한 많다. 미술품 투자 플랫폼인 테사에서는 앤디 워홀, 뱅크시 등 유명 작가의 미술품 분할 소유권을 최소 1,000원어치부터 모바일 앱을 통해 선물하는 기능을 출시했다. 이를 선물 받은 이는 해당 작품의 소유권을 행사하거나 매각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온라인 강의 수강권, 호텔 객실 숙박권 등도 온라인 선물하기가 가능해졌다. 기존의 온라인 선물이 단순히 물체를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권리나 경험을 선물하는 것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한 교수는 받는 사람 입장에서 물건보다 경험을 선물 받았을 때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온라인 환경은 다양한 가격대와 범주의 경험재를 선물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 그 본질을 잃지 않기를

이처럼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이 성장하며 선물의 개념, 종류는 변화했고 사람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교수는 온라인 선물하기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선물 행위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정서를 전달하는 새로운 수단이라고 말했다. 선물의 본질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다. 온라인 선물하기가 편리성을 넘어 진정성을 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일러스트ㅣ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카카오톡 선물하기 위시리스트와 주고받은 선물 내역. 
ⓒ카카오톡 선물하기 캡쳐

◇이커머스(E-commerce)=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전자 상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