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선교 기자 (ddoong0404@naver.com)

영화관람요금 인상에 부담 느껴 영화관 찾지 않기도

특수상영과 기획전으로 영화관만의 가치 다져 

인기 영화를 보고 싶어 영화관에 가고자 한 당신, 높은 영화관람요금에 망설인 적은 없는가? 하지만 높은 요금을 감수하고도 영화관을 찾을 이유는 아직 많다. 망설이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 영화관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코로나를 뒤로하고 다시 영화관으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던 극장가가 점차 회복하고 있다. 올해 1월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약 1,125만 명으로, 동월 기준 지난해 약 572만 명, 2021년 약 179만 명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인사캠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인 CGV 대학로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10월부터 약 7개월간 휴관했으나 지금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지난해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돼 고객이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코로나에 대한 인식이 피해야 하는 대상에서 맞서서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변화했다”며 “영화관 관객의 증가는 온라인에서 충족하지 못한 자유로운 활동에 대한 욕구를 오프라인에서 해소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영화관람요금 인상이 불러온 딜레마

극장가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이전인 2019년 1월의 총 관객 수는 약 1,812만 명으로, 회복세를 뚜렷이 보인 올해 1월보다 약 687만 명이 더 많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는 극장의 상황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을 급격한 영화관람요금 인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평균영화관람요금은 10,285원으로 역대 최초로 1만 원을 넘었다. 특히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등 *멀티플렉스 3사의 주말 일반 시간대 영화관람요금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1만 2,0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25%가 인상됐다. 동기간에 소비자물가지수가 약 8.6%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관람요금 인상률은 매우 높은 수치다. 김민송(경영 21) 학우는 “영화관람요금에 간식비까지 더하면 2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한다”며 “예전에는 영화 관람이 편히 즐기는 여가생활이었다면 지금은 각오가 필요한 활동”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영화관에서의 소비는 필수가 아닌 선택적 지출”이라며 “물가 상승으로 필수적 지출에 대한 부담이 더해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택적 지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상영, 체험의 시대를 선언하다

오늘날 영화관의 특징으로는 *특수상영의 인기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특수상영으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 수는 약 865만 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약 252% 증가한 수치다. 또한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특수상영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로, 매출이 집계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가장 높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OTT가 보편화되는 등의 여러 이유로 관객들은 단순한 스크린 상영만으로는 영화관의 특색을 느끼지 못한다”며 “영화관에 대한 인식이 색다른 체험을 하는 공간으로 확장되며 다양한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특수상영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화관은 특수상영 전용관(이하 특수상영관) 수를 늘려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국 특수상영관 수는 547개 관으로, 전년 445개 관에서 100개 관 이상 증가했다. 멀티플렉스의 대표적인 특수상영관으로는 △롯데시네마 ‘수퍼플렉스’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CGV ‘아이맥스’ 등이 있다. 수퍼플렉스는 보다 편안한 좌석을, 돌비 시네마는 생생한 음향을, 아이맥스는 시야에 가득 차는 화면비율을 통해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  최근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을 아이맥스로 관람한 연세대 경영학과 김현준 씨는 “화면이 사실적이어서 마치 영화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 다녀온 기분이었다”며 “시청각적 효과를 강조하는 영화는 일반상영관보다 특수상영관에서 관람했을 때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아이맥스 포스터. 
ⓒCGV 홈페이지 캡처

 

영화관 굿즈, 묻고 덤으로 가!

영화관은 굿즈 증정을 통해 관객을 불러 모으기도 한다. 멀티플렉스 3사와 씨네Q(이하 멀티플렉스 4사)는 각자만의 시그니처 굿즈를 만들어 증정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시그니처 아트카드’를, 메가박스는 ‘오리지널 티켓’을, 씨네Q는 ‘스페셜 티켓’을, CGV는 ‘필름마크’를 관객에게 선착순 증정한다. 이는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켜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을 수집하는 조용화(경영 19) 학우는 “굿즈를 얻기 위해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까지 보기도 한다”며 “굿즈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높은 영화관람요금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4일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굿즈 대란을 일으키며 35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편 비교적 자본이 부족해 시그니처 굿즈를 제작하기 어려운 독립·예술영화관 등은 포스터나 엽서를 증정하기도 한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메가박스 인스타그램 캡처

 

기획전이 넓히는 관람과 배움의 기회

일정 기간 하나의 주제로 여러 영화를 상영하는 기획전 역시 영화관에서만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다. 독립·예술영화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지난 1일부터 오는 26일까지 프랑스와 미국의 고전 코미디 영화 27편을 상영하는 ‘자크 타티 회고전-윌로와 친구들’을 개최한다. 일부 상영 회차에는 영화감독이나 대학교수를 초청해 영화에 관한 담론을 나누는 행사도 예정돼있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는 “극장에서 상영될 기회가 없는 고전 영화를 국내에 배급하고 있다”며 “기획전 등의 행사를 계기로 영화관이 사람들과 함께하며 문화예술의 가치를 찾는 공간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자크 타티 회고전-윌로와 친구들' 포스터. 
ⓒ서울아트시네마 제공

 

영화관이 나아갈 방향은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기 위한 영화관의 노력은 예전부터 있었다.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부터 멀티플렉스 4사는 영화관과 함께 게임방이나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독립·예술영화관인 더숲아트시네마는 △서점 △와인바 △카페 등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메가박스는 반려견과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퍼피시네마’ 상영관을, CGV는 전 좌석이 독립된 방 ‘프라이빗 박스’로 이뤄진 상영관을 선보이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고정민 교수는 “영화관은 OTT에 없는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관객을 세분화하고 트렌드에 맞는 참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멀티플렉스=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 현재는 5개 이상의 스크린과 게임장, 쇼핑센터, 서점 등이 함께 갖춰진 종합적인 소비 시설로 통용됨.
◇ 특수상영=△3D △4D △돌비 시네마 △스크린 엑스 △아이맥스 상영.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롯데시네마 시그니처 아트카드. 
ⓒ롯데시네마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