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현 편집장 (dreamer7@skkuw.com)

단지 주소지를 이전하는 것만으로 이 큰돈을 준다니? 이 수상쩍은 제안은 인터넷을 떠도는 불법 사이트 광고 문구 같은 게 아니다. 특별한 것도 없었던 2021년, 필자가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매일같이 들여다봤던 포항시의 공문이다.

지난 2일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개강을 선언함에 따라 거리에도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겨울 동안 다들 어디에 그리 꼭꼭 숨어 있었는지 신기할 만큼이나 많은 학생이 학교를 오간다.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새내기부터 다시 돌아온 학교가 낯선 복학생까지, 도시는 새 학기를 맞이해 분주하다. 아니, 정정하겠다. ‘서울’은 새 학기를 맞이해 분주하다.

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 수능 정시모집에서 경북권 10개 학과와 전남권 4개 학과에 지원자가 한 명도 모이지 않는 동안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추가 모집 경쟁률은 91.9대 1을 기록했다. 청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3만 436명의 20·30대 청년이 순유출됐다.

지방소멸을 부르짖는 일이 참으로 진부해진 시대가 됐다. ‘지방에 사람이 없습니다, 학교가 문을 닫습니다, 청년이 돌아올 생각을 않습니다.’ 위기의식은 있지만, 그뿐이다. 자차로 한 시간을 이동해 병원을 가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시외버스를 타며, 관리가 미흡한 몇몇 개의 적은 일자리에 생계를 맡기고, 하루에 대여섯 번 오는 마을버스에 통학을 의지하고 사는 일에서 도망치지 말라 붙잡아둘 힘은 누구에게도 없다. 지방민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고향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전국 6천 2백여 개의 초등학교 중 131개교에서 입학식이 열리지 않았다. 부족한 인구 탓에 상하수도와 문화시설의 효율성이 떨어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필자는 감히 본인을 그 증거라고 부르겠다. 필자는 프랜차이즈 영화관이 단 두 개뿐인 시에서 자랐다. 보호자의 직업을 두어 개로 좁힐 수 있는 동네에서 컸다. 졸업한 초등학교는 2017년에 폐교했다. 대학생이 되어선 으레 지방 아이들이 그러하듯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해 살고 있다. 수도권 거주자들이 자연스레 누리는 많은 요소가 고향에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서울에 정착한 뒤 가족이 놀러 와 했던 것은 ‘서브웨이’를 사 먹는 일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고향에 돌아오자던 친구들이 하나둘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

살고자 고향을 떠나는 이들을 원망할 수는 없을 테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서울에서 살아갈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모든 것이 새로이 시작되는 3월, 다시 꽃이 피고 있다.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근본적 해결책을 고민해볼 시기가 돌아왔다. 언제까지고 30만 원을 내걸 수는 없으니까.
 

 

 

 

김가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