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서진 기자 (angela2537@naver.com)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도입돼

편성과 운영에 일부 아쉬움도

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A학우는 이번 학기 투자론 수업을 듣는다. 해당 과목은 학과 간 상호인정 전공과목(Cross-Listing, 이하 C/L 과목)이기 때문에 경영학과 수업이지만 동시에 통계학과의 전공 학점으로 인정된다. 타전공 수업을 원전공처럼 수강신청하고 전공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C/L 제도란 무엇일까? C/L 제도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C/L 제도는 타 학과에서 개설한 전공과목 중 지정된 상호인정 전공과목을 수강한 것을 원전공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며, 이는 별도의 학위가 나오는 복수전공이나 학점 인정이 불가한 청강과는 구분된다. 융복합 교육을 활성화하고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인접 학문이 많은 학과일수록 C/L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글로벌리더학부는 △경영학과 △경제학과 △정치외교학과 △통계학과 △행정학과를 비롯한 폭넓은 학과들의 전공과목을 C/L 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다양한 학문적 경험과 융복합 교과목의 이수가 학부의 방향성 및 학우들의 주요 진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한문학과와 한문교육과,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및 통계학과 등 연계도가 높은 전공 사이의 C/L 과목 지정이 활발하다. 장서윤(경영 21) 학우는 “C/L 과목으로 수강한 ‘경제학원론1’ 과목에서 배운 화폐의 시간 가치나 할인율 등의 개념이 전공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C/L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 학교는 다양한 방안을 이용한다. 먼저 C/L 과목으로서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비전공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경우 그 과목은 절대평가 방식이 적용된다. 또한 원전공과 복수전공 간 운영되는 C/L 과목 수강 시 각 학과의 이수영역 학점을 중복해 인정받을 수 있다. 이때 중복학점은 최대 9학점까지만 인정된다. 소프트웨어학과 B학우는 “소프트웨어학과의 전공과목 ‘운영체제’를 들었는데 이것이 복수전공 중이던 수학과의 C/L 과목으로 지정된 상태라 졸업요건을 채우기 편했다”고 말했다. C/L 과목의 경우에는 전공이수영역구분을 기존의 지정영역과 상관없이 수강생이 자율적으로 변경할 수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문헌정보학과 학생이 데이터사이언스융합전공의 *전공코어 과목인 ‘데이터사이언스개론’을 C/L 과목으로서 수강한다면 이를 GLS ‘C/L 이수구분변경신청’을 통해 *전공심화 학점으로 전환해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 학교 교무팀 정승한 계장은 “A전공의 교과목이 A학문 전공자에게는 핵심적인 교과목일지라도 C/L로 지정된 B학과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며 “학과에 따라 과목을 어떤 이수구분에 포함할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방안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먼저 C/L 과목 선정에 있어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특정 과목이 학과와 높은 연계도를 보임에도 C/L 과목으로 지정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B학우는 “소프트웨어학과와 수학과는 형제라고 표현될 정도로 배우는 내용이 유사하나 C/L 과목은 ‘운영체제’ 하나뿐이다”라고 말했다. 컴퓨터교육과 C학우는 “소프트웨어학과나 인공지능융합학과의 과목 등 유사한 학문이 존재함에도 학과 내 C/L 과목이 전무해 전공과목 선택의 폭이 좁다”고 밝혔다. 또한 통계학과 D학우는 “통계학의 경우 자과캠에서 개설되는 수학 및 코딩 과목과 연계도가 높으나 C/L 과목으로 지정된 바 없다”며 “오히려 현재 C/L 과목인 투자론은 통계학 개념과 체감 연관도가 낮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 교무팀은 C/L 과목 지정이 기본적으로 학과장 주관이며 세부적인 승인의 경우 교수진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정 계장은 “해당 과목이 원전공 학문분야의 전문가로서 역량을 기르는 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C/L 과목 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우들과 교수진 간 활발한 의견 개진과 원활한 수렴이 요구된다.

C/L 과목 확장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한다. 원전공 수강생들이 타 학과 학우들의 수강에 불만을 보이는 경우다. 한정된 TO 안에 타 학과 수강생까지 더해지면 원전공생의 TO를 별도로 보장할 방법이 없어 수강신청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E학우는 “미시경제나 거시경제, 경제학원론과 같은 C/L 과목들은 원전공생 입장에서 수강신청이 지나치게 힘들었다”고 전했다. 최원기(전자전기 21) 학우는 “C/L 과목 지정이 확대돼 타 학과 수강생의 수가 늘수록 졸업에 필요한 수업을 못 듣는 경우가 생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인지 부족 및 제도의 홍보 미비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D학우는 “교수님께서 C/L 과목을 운영하시면서도, 해당 과목이 C/L 과목이라는 사실은 물론 제도 자체를 모르시는 경우도 있었다”며 구성원들의 인지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C/L 제도는 학우들의 전공과목 선택의 폭을 넓히며 인접 학문 학습을 통해 전공지식의 깊이를 더하는 데에 기여한다. 나아가 융복합 교육 활성화라는 취지에 걸맞게 미래의 융합인재를 길러내는 데에 일조하고 있으나 편성이나 운영 과정에서 아쉬움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C/L 제도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도록 교내 구성원들의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때다. 

◇ 전공코어, 전공심화 = 2021년 전공핵심, 전공일반에서 개정된 전공과목 이수구분(본지 1673호 ‘코어로 중심잡고 심화로 깊이까지... 교육과정에 새바람이 분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