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반도체 제품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로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한다. 메모리는 기성복, 시스템반도체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만드는 맞춤복에 비유할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에서 시스템의 의미는 제품(셋트)’ 이다. 그러므로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고객이 된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65%정도를 차지 할 정도로 큰 규모다.

본래 반도체 칩 개발은 반도체회사만의 전유물이었지만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설계와 제조의 분리가 가능해지고, 이때부터 반도체 설계는 시스템을 잘 아는 제품개발자가 직접 맡게 되고 반도체 회사는 칩을 제조하는 형태의 새로운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시스템반도체산업은 설계전문기업(팹리스)과 제조전문기업(파운드리), 삼성전자처럼 설계와 제조를 망라하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팹리스(Fabless)란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제작을 위한 공장(Fab)이 없다(less)는 뜻이다. 반도체 업계가 이처럼 설계와 제조가 분리된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3의 물결` 에서 공급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는 제품의 개발주체가 제조업체에서 소비자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물건을 사는 단순한 수동적인 입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상품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기업이 이를 수용해서 신제품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 즉 고객의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는 하려면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부품에 반영하게 되는데, 이것이 시스템반도체 이다. 1980년 대초에는 이렇게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반도체를 주문형반도체(Custom IC)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1990년 초에 특정 용도용 반도체 (ASIC) 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지금은 시스템반도체 혹은 줄여서 시스텝칩 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특히, 시스템반도체 설계능력이 부족하다. 이는 창의성이 요구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이해해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반도체설계 능력만 갖추고 있으면, 제조를 위한 파운드리를 선택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글로벌 제품기업들이 자체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은 세계 최강의 시스템반도체 기업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AP(응용프로세서칩)A시리즈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PC에 들어가는 칩도 인텔과 결별하고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그 결과물이 애플 컴퓨터맥(Mac)에 들어가는 M1 이라는 높은 성능을 갖추고 있는 칩이다.

자체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회사는 애플만이 아니다. 테슬라도 자사의 차량에 FSD(Full Self Driving)라는 시스템반도체 칩을 자체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독자 개발한다. 테슬라가 전기차, 자율주행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의 회사로 인정받게 된 이유이다.

우리나라가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장규모가 커서가 아니다. 제품(셋트) 경쟁력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으로 대표되는 IoT, AI, 5G가 만들어 내는 미래 먹거리 사업은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등으로 모두 우리나라를 이끌 중추 산업이다. 이러한 사업에서 시스템반도체가 매우 중요하며 자체적으로 개발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김용석 전자전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