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현 편집장 (dreamer7@skkuw.com)

누군가 답한다. “아니오.” 부정의 대답 앞에 놀라는 사람은 없다. 의문을 표하면 가지각색의 이유가 쏟아진다. 시끄러워서. 철이 없어서. 말을 안 들어서. 공감하는 사람이 반, 그리고 어떤 답을 내놓든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반이다.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처럼 아이를 사랑하거나 미워한다.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조차 저보다 어린 아이를 싫어하고, 어른들은 더 쉽게 이들을 미워한다.

 

모르는 아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간절한 외침은 이제 구닥다리 광고가 된 모양이다.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 아이를 하나의 기호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을 보면 말이다. 시끄럽고, 철이 없고, 소통이 어려운 누군가를 불편해하는 마음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아이가 불편함을 주는 대상일 때만 그를 동등한 존재로 대우해 잘잘못을 따지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순간엔 그를 미숙한 인격체로 여기는 그 비겁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노키즈존을 두고 갑론을박하던 2014, 그때부터였을까? 사람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라고 변명했다. 변호사 2인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가중 처벌하겠다는 요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두고 과도한 형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2020, 그때는 이미 늦었던 걸까? 사람들은 자신이 아이들의 부주의까지 책임져야 하느냐고 떠들었다. 명확한 기원을 짚을 새도 없이 우리는 어느 새부터인가 아이를 미워하고 있다. 그렇게 기호를 따지는 동안 인천에서 한 초등학생이 사망했다. 사람들은 두문불출하는 아이를 이상하게생각하지 않고 대신해 이상하게어른스러운 아이를 예뻐했다. 지난 2월의 일이다.

 

지난 17일 교육부는 제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장기 미인정 결석 학생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심의받았다. 2월에 있었던 인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예방 지침을 강화한 결과다. 교육부는 본 지침에서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거나 아동학대가 우려되는 집중관리 대상을 기존 초··고등학교에서 유아·특수교육 분야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했다. 결석 이력에 대한 관리가 부재했던 점 역시 개선되었고, 아이의 소재와 안전이 유선으로 확인된 후에도 미인정 결석 기간이 길어질 경우 대면관찰을 실시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정부는 다음 달까지 7일 이상 결석하는 유치원생 및 초·중고생을 전수조사한다. 첫 대면 전수조사다. 이 시도가 조금이나마 빨랐더라면 어땠을까. 2020년 그때에, 2014년 그때에, 그보다 더 이전에. 그러나 비탄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할 곳은 뒤가 아니라 앞이다. 우리는 후회하며 머무를 게 아니라 그를 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르는 아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이자는 간절한 외침이 다시 부활한 지금, 그것이 사연으로 쓰인 법을 지키는 일이다.

 

아이 좋아하시나요? 아니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던 우리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비극에는 분명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그러니 부디 이상한아이들을 사랑하고 이상한아이들을 지켜보기를 바란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니까. 우리 역시 마을에서 큰 어른이니까.

 

 

 

 

 

김가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