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찬주 기자 (chanjupark7@gmail.com)

인터뷰 웹툰 악당의 미학김예작 각색·그림 작가

각색은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해

현대극이나 무협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어느 날 당신이 쓴 소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어떻겠는가? 이는 동명의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해 만든 악당의 미학의 여주인공 세현의 이야기다. 악당의 미학은 본인이 쓴 소설 속 등장인물에 빙의한 세현과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악역 사이에서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다. 웹툰 악당의 미학에서 각색·그림을 담당한 작가 김가영 씨를 만나봤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웹툰 악당의 미학을 그린 김가영이다. 김예작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색 작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할 때, 각색 작가는 글을 이미지로 바꾸는 중간 다리의 역할을 한다. 글로만 각색하는 작가부터 콘티도 작업하는 작가까지 다양한 각색 작가분들이 있다. 글만 담당하는 분들은 웹툰의 컷 연출 등을 그림 전문 작가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고, 콘티 작업까지 하는 분들은 컷 연출부터 스크롤을 내릴 때의 호흡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악당의 미학을 만들 때는 어시스턴트에게 밑색과 1차 명암 정도만 도움받고, 각색과 콘티 그리고 전반적인 작화는 내가 담당했다.

 

웹소설 악당의 미학을 웹툰으로 각색한 이유는.

글로 쓰인 내용을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적 동화나 소설을 읽을 때 혼자 낙서하듯 장면을 만화로 그리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에 영향을 받아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악당의 미학이라는 작품은 에이전시의 제안으로 담당하게 됐다. 소설을 읽으며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지닌 만화를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각색 작가를 따로 두지 않고, 각색과 그림을 모두 맡았다.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신경 쓴 부분은.
원작을 존중하며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해진 이야기와 인물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이야기를 다채롭게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상업 작품을 각색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하는 부분은 재미다. 원작의 중요한 부분을 바꾸고 싶다면 반드시 재미있어야 한다. 새로운 방향성을 보이는 작품이 의미를 가지려면 재미가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는 독자가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악당의 미학에서도 재미를 바탕으로 내용을 수정했다. 웹소설에서는 여주인공이 자객의 습격을 받는 사건과 다른 이에게 정신을 조종당해 남주인공을 공격하는 사건이 별개의 시간대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웹툰에서는 독자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두 사건이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방향으로 각색했다.

 

악당의 미학을 각색하며 행복하거나 힘들었던 순간은.
소설을 처음 받아 읽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 가공되지 않은 이야기의 다양한 가능성을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러나 작업의 후반으로 갈수록 정돈되는 이야기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각색의 폭이 좁아져 힘들기도 했다. 작품 초반의 경우 원작과 유사하게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각색으로 인해 작품 후반에서는 인물들이 원작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기도 한다. 이 경우 앞의 이야기 및 설정과 원작의 중심 흐름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전개해야 해 어려웠다. 초반 전개를 확인하고 원작 소설을 읽으며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개연성을 위해 인물이 어떤 선택을 왜 했을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각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웹툰 앞부분을 그림으로 그리는 기간 동안 소설의 후반부를 글로 각색하는 작업을 병행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낮에는 작품의 초반부라 주인공들이 싸우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는데, 후반부를 각색하는 밤에는 둘의 사이를 애절하게 표현해야 했다. 감정선과 인과관계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작업했다.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각색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불꽃놀이 아래서 주인공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 불꽃놀이 장면은 원작에 없는 부분이지만 이미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순간적으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즉석에서 그리게 됐다. 나중에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치가 되고, 둘이 다시 만나는 중요한 요인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악당의 미학이 각색 작품으로서 갖는 의의가 있다면.

원작 소설이 2017년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2021년 웹툰에서 각색을 할 때는 변화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고자 했다. 원작에서 남주인공은 마지막까지 무서운 느낌이 있는 나쁜 남자캐릭터다. 웹툰으로 각색하는 시점에서는 나쁜 남자의 인기와 인식이 바뀌고 있었기에 원작보다 부드러운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 여주인공도 역시 주체적으로 바뀌었다. 각색은 당대의 분위기를 반영해서 이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

판타지 로맨스가 아닌 다른 장르의 작품도 그려보고 싶다. 현대 배경도 좋고, 무협 분위기도 좋다. 만약 각색을 한다면 그림 그리는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기에 각색 작가를 따로 둔 작품을 하고 싶다. 창작 작품도 해보고 싶다. 각색과 창작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그리고 독자들이 재밌게 읽을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남고 싶다.

 

 

 

김예작 작가.
​​​​​​​ⓒ김예작 작가 제공

 

웹툰 '악당의 미학' 밑색된 선화 이미지와 콘티.
ⓒ김예작 작가 제공
각색의 중간 단계.
ⓒ김예작 작가 제공
웹툰 '악당의 미학' 2기 표지.
ⓒ김예작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