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Lieber Y,

 

너와 나누던 대화들이 자주 생각나. 내가 스물이고 네가 스물하나이던 그때. 나에게 단단함보다는 유약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던 그때. 우리는 반대편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만큼 다른 점이 많았는데 공통점이었던 단 하나, 우리의 우정을 더욱 단단히 해주던 ’. 단지 문학이 좋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고 신청했던 김학현 교수님의 문학 입문 수업. 수업이 끝나면 당연하단 듯이 향하던 도서관. 그때 너와 나는 책 취향이 아주 달랐는데, 너는 100번 대-주로 철학이나 심리학-의 서가에, 나의 경우 800번 대-그 중에서도 813.6- 서가에 머물렀지. 우리는 가까운 듯 멀어서 각자 시간을 보내고 책 몇 권을 품에 안고 나갔어. 우리가 혜화역으로 향하던 길에 나누던 대화를 기억해. “소설에서 작가들이 늘 친구들을 k, j ,s 뭐 이렇게 부른다? 난 이게 좀 웃겨. 유행 같은 건가? 나중에 나도 소설을 쓰게 되면 너 출연시켜줄게. y.” 그때 이후로 나는 너에게 쓰는 편지인 척 내게 편지를 써. 온량한 단어들을 모으면 울창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간직한 채로 글을 쓰고 책을 읽어.

 

너와 보냈던 2019년이 너무 소중했어. 너는 힘들 때 어떻게 하냐고, 어떤 생각을 하냐고 내가 물었을 때 너가 했던 말을 기억하니? “나는 나로서 온전히 존재해야 한다.” 그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어. 온전함이라는 게,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게, 도통 이해가 안 갔어. 내 존재가 흐려질 때 나는 저 말을 끊임없이 말로 뱉어. 네 덕에 나는 삶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어떤 모습이 나를 온전하게 하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 고마워. 우리가 못 본 지 벌써 일 년 가까이 다 되어가고,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고, 다른 장소에 존재하지만 나는, 너를 아주 자주 아끼며 생각해. 네가 내게 주었던 마음, 내게 선물해주던 책, 건네주던 따뜻한 말, 그것들이 나를 구성해. 너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들을 사랑해. 너와의 관계 안에서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혼자 있을 때보다 온전해. 너에게 꼭 이 마음들을 건네고 싶었어. 7월이 다 되어서야 다시 만나겠지만, 그동안 열심히 온전하자 우리.  

Du bist mir so wichtig. Ich vermisse dich sehr.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