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나래 부편집장 (naraekim3460@naver.com)

거리에서 몸을 숙인 채 괴상한 자세로 멈춰 있는 사람들, 허리가 뒤로 꺾일 정도로 누워 잠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펜타닐을 검색하면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10만여 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는데, 원인의 67%는 펜타닐 중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이 무엇이길래 저리 처참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퍼지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면 마약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먀약 중독에 대한 경각심만을 취하길 바란다. 마약 중독은 치료할 수 있지만, 몸은 평생 마약을 기억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만큼, 마약 중독의 위험성은 심각하다.

2019년에 출간된 책 중독 인생은 마약 중독의 위험성부터 우리나라 마약 문제 실태, 마약범죄 수사 및 중독자 치료까지 마약에 관한 총체적인 내용을 다룬다. 마약에 중독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마약을 통해 처음 느낀 쾌감은 머릿속에 저장돼 평생 없어지지 않는다. 마약 중독에는 도파민 분비가 주요하게 작용하는데, 마약 투약 시 도파민의 과다분비로 엄청난 쾌감이 생성됨과 동시에 도파민의 생성 체계는 즉시 무너지기 시작한다. 마약을 지속할수록 내성이 생겨,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게 된다. 우리는 도파민의 분비에 기반해 일상에서 자연적인 행복과 즐거움, 성취감 등을 느낀다. 그러나 마약은 도파민을 강제로 배출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과정 자체를 파괴한다. 일상적인 자극에는 반응하지 못하며 억지로 생성되는 쾌감만을 찾게 된다.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점 중 하나로는, 마약 중독자는 투약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마약에 대한 상상을 하거나, 관련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약에 대한 갈망이 생겨 이를 참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뇌에 극심한 변화가 있었음에도 일반적으로 1~2년간 마약을 끊으면 도파민 체계가 회복된다고 한다. 이 기간을 지난다면 중독자도 비중독자와 같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마약 중독은 재발하지 않도록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중독 인생에서 한 의사는 중독자들은 바닥을 치고 그제야 찾아온다고 말했다. 중독자의 신체·정신적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일 때를 넘어, 인간관계, 가족관계, 직장, 거주지 등 중독자의 삶의 환경이 완전히 파괴된 뒤에서야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한 환경은 중독자를 도다시 마약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마약범죄는 범죄 사실을 밝혀내고 처벌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중독 인생속 수많은 인터뷰이들은 입을 모아 아직 우리나라에는 마약범죄 재범 방지 및 중독자 치료를 위한 절차가 부족하며, 마약에 있어 수사와 적발만이 초점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하느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마약 중독자로 등장하는 인물이 마약을 손에 넣은 뒤 읊조렸던 대사다. 중독 인생에 따르면 마약에 의존하는 이들도 초기에는 자신이 조금씩 투약을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마약을 시작한다고 한다. 비정상적인 쾌감과 일상을 맞바꾸는 악마의 손길인 마약은 일용할 양식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마약을 하나의 코드로서 으레 활용하는 영화·드라마계 역시 마약을 친숙히 묘사하기보다는 중독의 위험성을 충분히 전제하고 관련 내용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