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희 (gahee@skkuw.com)

인터뷰 -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이희옥 교수

 

양국 사이 우리 외교의 자율성을 높여야 해

청년들의 경험 교류로 반중 정서 완화할 수 있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외교 기조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러나 미중갈등이 심화하면서 기존의 외교 기조를 탈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확대되는 반중 정서로 새로운 한중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국제 관계의 새로운 방향은 무엇일지, 12년째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성균중국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이희옥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성균중국연구소를 소개해달라.

성균중국연구소는 2012년에 출범한 우리나라의 대표 중국연구소이다. 중국의 정책과 한중관계, 타 국가와 중국의 관계 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동아시아 연구를 진행한다. 중국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정기 간행물도 있으며, 이외에 정세 분석 리포트나 중국 관련 책을 출판하기도 한다. 해외의 중국 연구 기관과도 공동 연구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류 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안미경중의 외교를 해왔던 것으로 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지경학적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지정학적으로는 북한과 맞닿아 있기에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관리해온 것이다. 지경학은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중국을 빼고 경제 발전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다. 지난해 말까지는 한중 교역 규모가 3천억 달러(한화 약 391조 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한중 경제 구조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미국과 지향하는 관계가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우리나라는 미국과 포괄적 전략 동맹을 취하고자 한다. 이는 한미 관계가 단순한 군사동맹에서 벗어나 경제를 포함하는 넓은 형태의 포괄적 동맹으로 강화된다는 의미다. 미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해지면 한중 경제 구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중갈등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 경쟁의 양상이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갈등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규제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와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가 중국에 진출해 있어, 미국은 이러한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기술의 부상을 도와준다고 여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한중 경제 관계와 한미동맹의 관계 사이에서 외교 전략 선택의 어려움이 생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하나.

이론적으로 우리 외교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확대 균형을 해야 한다. 자유무역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이 확대 균형이다. 우리나라는 수출형 무역국가이고 그 규모도 크기 때문에 이를 통해 외교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미중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양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 우리 외교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외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본다.

 

젊은 세대일수록 반중 정서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민의 약 80%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반중 정서가 높은 이유는 기성세대보다 중국 문화를 적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성세대는 한자에 익숙하지만, 청년층은 한자를 외국어로 본다. 또한 현대에 들어서 중국 문화를 접하고 그에 익숙해지기보다 우리 문화에 대한 청년층의 자부심이 강해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치나 한복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며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다.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양국의 청년이 만나 서로의 경험을 교류한다면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동아시아의 청년들은 취업이나 결혼 등 사회적 문제에 유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2017년에 우리 연구소에서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중의 25살 대학생들이 양국에서 일주일 동안 함께 생활하는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은 교류 활동을 통해 상대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를 가지게 됐는데, 이처럼 상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학생 교류 활동 등이 필요하다.

 

성균중국연구소의 지향점은.

학문적으로는 한국의 중국 연구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 더 나아가 학문과 정책을 연계시켜 중국의 현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노력 중이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학교 중국 유학생들의 적응을 돕고자 한다. 현재 그 규모가 대략 3,000여 명 정도인데, 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스터디 등의 학술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유학생들을 위한 축제도 기획하고자 한다.

 
사진ㅣ김가희 기자 ga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