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선교 기자 (ddoong0404@naver.com)

지자체 홍보와 기업 마케팅 등에서 효과 드러내

개연성의 부족이나 엉성함이 재미있는 코드를 만들어

 

안녕 그대들?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짐이 직접 자기소개를 해보지.” 지난달 30일 빙그레 공식 유튜브에서 올린 영상 역대급 신인 유튜버 데뷔에서 캐릭터 빙그레우스가 하는 말이다. 같은 날 빙그레는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름을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으로 변경했다. 캐릭터의 이름부터 행동까지 유치함이 드러나지만, 우리는 이에 재미를 느끼고 이러한 유머 코드에 계속 이끌린다. 이른바 ‘B급 코드에 매료된 것이다. 비주류를 의미하는 ‘B을 넘어 각종 콘텐츠와 마케팅의 성공 요인이 된 ‘B급 코드에 대해 알아보자.

 

지자체 홍보에도 침투한 B급 코드

최근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 30만 명 돌파를 기념하는 영상을 게재하며 화제가 됐다. 영상 속 김선태 주무관은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의자에 기대고 누워 구독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이렇게 거만해 보이는 태도를 낮은 자세 토크라고 칭해 시청자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게재된 영상 공무원 관짝춤(Coffin Dance)’에서는 김 주무관이 직접 춤을 추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자는 취지의 내용을 우스꽝스럽게 전달한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현재 약 840만 회로 이 채널의 영상 중 가장 높다.

충주시청 홍보팀 소속의 김 주무관이 직접 운영하는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현재 33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 지자체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다. 충주시의 인구가 약 21만 명임을 고려하면 이는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충주시 유튜브가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은 바로 B급 코드다. 김 주무관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미지인 관공서에서 자유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이 반전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B급 코드의 효과를 설명했다.

충주시의 B급 코드 활용이 크게 성공하자 다른 지자체들도 이를 따라 새로운 방식의 홍보 영상을 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주시도 충주시처럼 유튜브 채널에서 공무원이 직접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패러디한 영상이나 스케치코미디 시리즈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한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이병민 교수는 천편일률적이던 과거 홍보방식으로는 젊은 세대나 지역민들을 사로잡기 어려워졌다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B급 코드가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로부터 알아보는 B급의 의미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유머러스함과 친근함이 느껴지는데, 동시에 개념의 범위가 넓고 추상적이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B급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박경리(무용 18) 학우의 대답이다. 박 학우의 말처럼 실제로 B급 코드에 대한 학술적이거나 사전적인 정의는 내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B급 코드와 비슷한 개념은 미술, 영화 등 과거 예술계의 흐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예술계에는 B급과 비슷한 개념인 키치(Kitsch)’가 있었다. 19세기 중반 유럽의 중산층 사이에서 미술품 수집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고가 작품의 모조품이나 대량 생산된 저렴한 미술품들이 쏟아져나왔다. 키치는 이렇게 중산층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저속하거나 값싼 작품들을 가리키는 말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세기 후반에 접어들고 미적인 의미를 인정받으며 개념의 쓰임새가 확장됐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가 키치 예술로서 인정받거나 패션계에서도 키치 패션을 하나의 개성으로 인정하는 것이 그 예다.

괄시받거나 비주류로 여겨졌던 것이 하나의 개성으로 인식되도록 바뀌었다는 점에서 B급 코드는 키치와 일맥상통한다. ‘B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곳은 영화계다. 1930년대 미국의 영화 산업에 불황이 찾아오자 극장계는 저예산으로 짧은 기간 동안 만든 영화를 완성도 높은 영화에 끼워파는 전략으로 관객을 유치했다. 이어 거대한 자본을 투입한 영화와 저예산 영화가 체계적으로 나뉘어 생산되기 시작했고, 전자는 A급 영화, 후자는 B급 영화로 분류됐다. 당시 B급은 A급에 종속된 문화로서 비주류의 것들을 나타냈지만, 이후에는 그 의미가 확대돼 B급이 하나의 문화적인 코드로 통용되고 있다.

 

B급 코드, 소비자의 웃음과 마음을 사로잡다

B급 코드가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대표적으로 키치 마케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키치 마케팅은 세련되지 않은 유치한 이미지, B급 코드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배달의민족은 키치 마케팅을 가장 성공적으로 도입한 브랜드 중 하나다. 배달의민족은 2015년부터 매년 음식을 소재로 한 창작시 공모전인 배민 신춘문예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 져도 괜찮아-마늘’, ‘보란 듯이 문어줬어-타코야끼 사장님등의 창작시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2017년에는 치킨의 전문가를 선별한다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개최해 B급 코드로 브랜드를 알리기도 했다. 장수 기업인 빙그레도 키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빙그레우스가 속한 빙그레왕국 세계관에는 각각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메로나투게더의 이름을 차용한 옹떼메로나부르쟈’, ‘투게더리고리경등의 캐릭터가 있다. 빙그레는 세계관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SNS로 공개하며 소비자들과 활발히 소통한다. 유치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빙그레의 B급 코드는 인기를 얻었고 빙그레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현재 약 19만 명에 다다른다

A(경영 18) 학우는 키치 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은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문화콘텐츠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일반 대중인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이것이 B급 코드가 인기를 얻는 배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숏폼 콘텐츠의 유행으로 영상 등을 쉽게 보고, 빠르게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역시 B급 코드의 인기를 확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시래 겸임교수는 엉성하거나 개연성이 없는 흐름이 하나의 재미있는 코드가 되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 저급과 고급의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으려면

이처럼 B급 코드는 재미와 친근함을 위해 엉성함이나 저급함을 고의로 활용하며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재미와 편안함이 아닌 엉성함이나 저급함에만 초점을 두고 만든 B급 콘텐츠들이 물의를 빚기도 한다. 지난달 전라북도 유튜브 채널은 생활체육인의 국제대회인 ‘2023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 대회를 홍보하고자 대회에 참가하면 여성의 환심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 논란을 낳았다. 국제적인 체육대회의 의의가 이성의 환심을 사는 데에 그치는 것처럼 그려졌기 때문이다. 2018배민 신춘문예에서도 미투 운동이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 참가작들이 응모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김 주무관은 재미있으면서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영상을 보고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없도록 다방면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영상을 제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B급 코드의 핵심은 내용이 천박한 것이 아닌 수요자들의 정서에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이에 대해 사회적 공감에 기반하지 않은 내용을 B급 코드로 오인해서는 안 되며, B급 코드를 사용할 때도 항상 진실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인스타그램 피드.
ⓒ빙그레 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마우스 더 마시스 짐 유튜브 채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 유튜브 캡처
충주시 유튜브 영상 '30만 구독자 감사합니다' 중 한 장면.
ⓒ충주시 유튜브 캡처
충주시 유튜브 영상 '공무원 관짝춤 (Coffin Dance)' 중 한 장면.
ⓒ충주시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