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엄선우 (sunshine6833@skkuw.com)

식욕억제제의 성분인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다이어트 보조제, 효능과 부작용 둘 다 확실치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인당 다이어트약 처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홍보하는 다이어트 보조제의 인기도 높다. 다이어트약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며 이와 달리 다이어트 보조제는 드러그스토어 등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떤 원리로 살을 빼는 데 도움을 줄까? 또한 효능과 부작용은 어떨까

체중 감량을 돕는 다이어트약과 다이어트 보조제 

다이어트약과 다이어트 보조제는 모두 비만의 예방 및 치료를 돕는다. 비만은 체지방을 측정하는 신체질량지수를 통해 판단하는데 이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는 성인 기준으로 신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일 때 비만으로 판단한다. 비만은 ⧍고혈압 ⧍관절 질환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 다이어트약은 식욕 억제 등을 통해 비만을 치료하는 전문의약품이고, 다이어트 보조제는 지방의 합성을 억제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이다. 살이 빠지는 데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다이어트약과 다이어트 보조제 또한 다양한 원리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식욕을 떨어뜨리는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다이어트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식욕억제제다. 식욕억제제는 식욕을 떨어뜨려 살을 빠지게 하며 감정 표출, 배고픔이나 목마름 등의 행동 조절을 하는 뇌 영역인 시상하부와 관련이 있다. 식욕억제제에는 노르아드레날린 계열 약과 세로토닌 계열 약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을 분비한다. 전북대 약학과 배은주 교수는 “노르아드레날린은 시상하부에서 식욕을 떨어뜨리는 뉴런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르아드레날린은 심장 박동과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식욕을 줄인다. 배 교수는 “흥분했을 때 밥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는 경우와 같다”고 전했다. 

세로토닌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세를 완화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배 교수는 “세로토닌은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에 있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 멜라닌세포자극호르몬을 만든다”며 “멜라닌세포자극호르몬은 다시 식욕과 대사의 조절과 관련된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와 결합해 식욕을 억제한다”고 전했다. 또한 세로토닌 계열에 있는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억제제는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이 신경세포 안에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이 둘이 시상하부의 신경세포들 사이에 위치한 시냅스에 남아 작용하도록 한다. 그러면 시냅스에서 이 둘의 농도가 높아져 한정된 공간 내에서 더 큰 작용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세로토닌은 그 자체의 작용과 함께 노르아드레날린의 작용도 돕는다.

하지만 다이어트약에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전북대 약학대학 채한정 교수는 “다이어트약은 심박수 증가 및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아드레날린성 신경을 활성화해 심혈관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식욕억제제는 환각과 각성 효과 및 중독성이 있는 의약품인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에 남용할 경우 신체적 혹은 정신적 의존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의존 및 중독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4주 이내의 단기로만 처방된다.


지방의 생성을 방해하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한편 다이어트 보조제는 신체적 작용을 통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공액리놀레산 ⧍녹차추출물 ⧍키토산/키토올리고당뿐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성분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이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인도 남서부에 있는 열대식물인데 열매의 껍질에서 추출된 하이드록시시트릭산(이하 HCA)이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한다.

몸속에 들어온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려면 아세틸-CoA가 필요하다. 아세틸-CoA는 시트르산이 분해돼 만들어지며 시트르산은 ATP시트르산 분해효소와 합성할 때 분해된다. 그런데 HCA가 시트르산 대신 ATP시트르산 분해효소와 결합하면서 시트르산 분해를 막아 아세틸-CoA의 생성을 억제한다. 우리 학교 약학과 김충섭 교수는 “화학 구조적으로 HCA와 시트르산이 매우 유사하다”며 “때문에 원래 ATP시트르산 분해효소와 결합해야 하는 부위에 HCA가 결합할 수 있다”고 전했다. HCA가 대신 결합하는 동안 아세틸-CoA는 생성되지 않아 HCA가 모두 소모될 때까지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변환되는 속도가 늦어진다. 이 사이에 운동을 통해 탄수화물을 연소하면 지방이 적게 쌓인다. 

그러나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또한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식약처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이 간 손상과 심장질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간‧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섭취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열매.
ⓒ게티이미지 뱅크

약과 보조제, 효과부터 부작용까지

다이어트약과 다이어트 보조제는 각각의 목적과 원리가 다른 만큼 효능과 부작용 또한 다르다. 우리 학교 의학과 이연종 교수는 “뇌는 각각의 영역이 다른 기능을 맡고 있다”며 “*중추에 작용하는 약물은 원하는 영역만 선택해 작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부작용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한 배 교수는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지만, 단기 처방을 하는 다이어트약의 특성상 이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을 비롯한 다이어트 보조제는 다이어트약에 비해 효과 및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힘들다. 배 교수는 “다이어트 보조제는 효능과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을 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이 든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어본 A학우는 “심리적 안정 외에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간에 무리가 가서 이전보다 주량이 줄고 1회 복용량보다 많이 먹었을 때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식약처 신영희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과장은 “건기식 심사 단계에서는 독성 여부 등 치명적인 부작용만 확인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세부적인 부작용까지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부작용 사례를 보고받아도 당사자들의 환경과 조건이 다양해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효능이나 부작용을 단정할 수 없다.

결국 다이어트약은 급격한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경우에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써야 하고, 다이어트 보조제는 사전에 성분정보를 확인한 후 자신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든 제품을 피해야 한다. 배 교수는 “비만의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식사와 운동을 통한 생활 습관 교정이며, 다이어트약과 다이어트 보조제는 보조 수단임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생활 습관을 들인 후, 필요한 경우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약과 보조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신경전달물질=신경세포 간에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분자. 

◆중추=신경기관 가운데인 신경세포가 모여있는 부분. 

드러그스토어에 전시된 다이어트 보조제.
사진 | 최재원 기자 cjjjae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