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들어, “복수”를 주제로 한 드라마들이 여럿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더 글로리’, ‘모범택시’ 등의 드라마들이 시리즈물로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더 글로리 파트 2’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3월 4주 차 기준으로 2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모범택시’는 시즌 1, 2를 통틀어 평균 10%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더 글로리’는 과거 학교폭력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다루고, ‘모범택시’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여러 주요 인물들이 힘을 합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대신 복수해주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두 작품은 이야기의 구성 방식과 캐릭터의 특성들이 서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두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모두 주인공이 법의 도움 없이 직접 심판하는 “개인적 복수”를 실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적 제재가 금지된 현대사회에서 이와 같은 개인적인 복수가 통쾌함으로 인식되고 소비되는 현 상황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현재 유행하는 복수 서사들은 영화 <베테랑>이나 <범죄도시>에서처럼 제도권에 의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닌 제도권 밖의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행하는 복수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사람들이 공감한 지점은 법을 넘어 직접적으로, 더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복수 서사에의 공감이 만연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모범택시’와 ‘더 글로리’가 기록한 높은 시청률은 제도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 개인들의 축적된 분노의 방증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와 응어리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심판자’들을 갈구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심판자들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복수의 과정에서는 사적 제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인공들은 협박, 불법사찰, 절도, 사기, 금품갈취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가해자들을 단죄하거나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극 중에서는 가해자를 완전한 악인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이러한 행동들에 대한 정당화가 이뤄진다. 그러나 법을 어긴다는 상식적인 문제를 내려놓고 생각하더라도 ‘해당 행동들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는 복수 행위를 위한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이 자의적인 판단에 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해자는 정말로 온전히 가해자이기만 한지, 피해자는 정말로 피해자이기만 한지 등을 따지고 들어간다면 그 복수가 온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더하여 실제로 잘못을 했더라도 어떤 처벌을 내리는 것이 적절할지 결정하는 것 역시 어려운 문제다. 이러한 사적 판단이 함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은, 국민을 위한 사법체제가 국가에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법적인 차원에서 모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해결해주고 그들을 보호하기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개인적으로 역시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은 안타까운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개 대학원생으로서 복잡한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다 알긴 어렵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많은 이들이 피해와 상처를 입어 복수를 꿈꾸기 전에 이들을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자면 학교, 회사 단위의 미시적인 수준에서 피해자 보호 및 상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또한 이러한 과정의 지속가능성이 더욱 강화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일반 개인에게 있어서 법은 멀고,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기에 법까지 다가가기 이전에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징검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많은 학교와 회사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미비함이 있다는 사실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집권화된 사법체제가 모두 보호하지 못하는 수많은 개인이 있다는 지점을 생각하면 다른 관점에서의 해결책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강구하는 학우들과 정책 입안자 및 전문가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복수의 시대가 저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장주영(일반대학원 임상심리 석사과정 · 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