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가기 위한 임시집회 현장 스케치

기자명 이경미 기자 (icechoux@skku.edu)

   
▲ 권은태 기자
지난 12일 오후 5시 반, 금잔디 광장 벤치에서는 쌀쌀한 기운에도 불구하고 약 1백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여의도로 가기 위한 임시집회’(이하 : 집회)가 진행됐다. 이 집회는 당일 인사캠 임시 중앙운영위원회(위원장 : 조일훈(경영 4))에서 결의된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의 부당함을 알리고 탄핵 반대에 보다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뤄졌다. 사회를 맡은 어문·인문학부 김무준(철학 4)학생회장이 “지금은 반드시 일어서서 국회를 규탄해야 할 때”라며 “썩은 국회 쳐부수고 민중권력 쟁취하자”는 구호를 선창했다.

누가 누굴 심판하나
이후 자유발언 시간에도 16대 국회에 대한 비판과 탄핵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두 명이 동시에 발언권을 요청하는 일이 생길 정도로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어느 새 벤치 뒤 오르막길도 삼삼오오 모여선 사람들로 채워졌다.
단대 별 새내기 및 학생회장단, 진보단체·정당 활동중인 본교생 등의 자유발언 참가자들은 각각의 정치적 입장과 대통령지지 여부에 관계없이, 현재의 국회의원들에게는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은 탄핵안 가결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회당 학생위원회의 성호(독문 4)군은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돼야 마땅하지만, 국민들에 의한 탄핵이어야 한다”며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된 각종 법안을 개악한 국회에 대통령의 심판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과계열의 한 새내기는 “정치는 생활입니다. 참여합시다”고 말해 새내기답지 않다는 평을 받기도 했고, 일부 학생들은 다가올 총선에서의 투표권 행사를 통한 개혁을 제안했다.

한 명 한명의 확신에 찬 발언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집회 시작 후, 사회자는 4·19를 비롯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 대학생들이 보여준 문제의식과 실천력을 이야기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학생들의 눈빛은, 그 정신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국민 주권 담보로 한 탄핵안
자유발언이 끝나자 조일훈(경영 4) 인사캠 총학생회장이 학생들 앞으로 나왔다. 그는 “저마다 목적과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리에게는 국민의 주권을 담보로 하는 명분 없는 탄핵안을 반대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급하게 행사를 준비한 탓에 더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외부로 표출되는 행동을 할 때는 학교를 대표하는 입장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를 위해 성명서 등을 발표할 경우 정확한 자치 단위와 책임자를 명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회자가 사회과학대 학생회와 동아리 연합회의 공동 성명서를 낭독한 후, 참가자 모두 일어나 민족성대 진군가를 부르는 것으로 집회는 마무리됐다. 정치적 억압에 맞서 우리 선배들이 부르던 그 노래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의 금잔디 광장을 울리고 있었다.
“그 누가 막으랴 우리의 전진을 가열찬 투쟁의 의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