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성동야학 28대 강대 오창묵(철학3)씨

기자명 권은태 기자 (dmsxo@skku.edu)

   
▲ 권은태 기자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선 오후, 약속장소인 사랑방에서 만난 야학 교사 오창묵씨는 소박한 옷차림에 쑥스러워하는 웃음이 인상깊은 산골소년 같은 이미지였다.
시끄러웠던 탓에 신문사로 자리를 옮기며 야학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조르는 기자에게 오창묵씨는 되려 야학의 이미지가 어떤지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머뭇머뭇하는 기자를 보며 자기도 예전엔 70∼80년대의 야학을 떠올렸단다. 가난하지만 배움에 불타는 학생들과 봉사정신 강한 선생님이 수업하는 장면을 생각했다고.

“지금의 야학은 그때완 많이 다르죠. 검정고시를 위한 공부는 학원에서도 할 수 있거든요.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공부하는 곳이예요. 시작한 건 6개월밖에 안됐지만, 요즘은 사람 사는 맛을 느끼고 있어요.” 처음엔 노동자, 농민들을 계몽하기 위해 시작된 야학이 지금은 몇몇을 제외하곤 검정고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바뀌었단다. 그러면서 학생들도 제도권 교육을 벗어난 10대부터 가난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40∼50대 분들까지 다양해졌다고 한다.

연령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는 것이 야학 가족들에겐 가장 큰 기쁨인 듯 보였다. 학강이신 이모님들이 간식을 싸올 때가 가장 즐겁다고 장난스레 말하며, 오창묵 씨는 딱딱한 교사와 학생이라는 말 대신 강학과 학강이라는 말을 가르쳐 준다.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뜻이라고.

아무리 사람들이 좋아도 일주일에 세 번이나 수업하고, 수업하는 날에는 집에 늦게 가니 힘들지 않을까. 걱정 어린 기자의 질문에 오 씨는 “물론 개인시간을 뺏긴다고만 생각하면 그렇죠. 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사회에 도움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요”라며 작게 미소짓는다.

즐기는 일이라며 순박하게 웃던 그는 야학의 현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금세 진지하게 걱정을 풀어놓았다. “야학은 아무래도 재정적인 문제가 있죠. 그래도 저흰 구청에서 지원해줘서 나은 편이지만, 다른 야학들 중에는 훨씬 좁고 열악한 곳도 많거든요”라며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취업환경에, 복학생으로 봉사활동까지 하며 바쁘게 사는 오창묵씨. 한번도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 본적 없다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오히려 많이 배운다고 말하는 모습이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깊은 의식을 갖고 시작한 일은 아니예요. 그냥 좋은 일이니까요. 가볍게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