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특유의 패기와 열정으로 기성 정치 바꿀 것

기자명 이경미 기자 (icechoux@skku.edu)

지난 2002년 9월 22일 독일 총선에서 안나 뤼어만이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우리나라의 최연소 당선 기록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26세보다 약 7살 어린 만 19세의 나이로, 소속 녹색당의 높은 득표율로 인해 비례대표가 된 것이다.

 20대 정치인들, 당론보다 소신

총선이 다가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20대 국회의원의 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고려대에서 열린 ‘20대 정치참여를 위한 대토론회’(이하: 토론)에서는 대 주제의 하나로 “20대 비례대표 지역구 국회의원의 당선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토론에 참석한 민주노동당(대표: 권영길, 이하: 민노당) 정현정 지구당 위원장과 열린우리당(대표: 정동영, 이하:열우당) 윤선희 비례대표 후보, 한나라당(대표: 박근혜) 박정호 비례대표 후보는 20대의 삶에 기반한 정치를 할 대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이들은 당론과 소신이 배치될 경우에는 과감히 당을 떠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입장과 가장 노선이 비슷한 당을 선택했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론과 소신이 어긋나는 상황에서는 당론이 소신을 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치개혁대학생연대 장정욱 기획간사는 “20대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도 있는 나이”라며 “사실상 보스정치가 이뤄지는 한국에서 보스가 나가라면 나갈 수 있는 20대의 패기가 정치 개혁에 조금 더 유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토론에 참여한 한나라당 박 후보의 경우 토론에서 탄핵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으며, 탄핵안 가결이후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숙함에 대한 우려·홍보용 쇼 논란도

현행법상 피선거권은 만 25세부터 주어진다. 게다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1천5백만원의 기탁금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 정치인들의 경우 비용 마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 기획간사는 “경륜과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미숙함은 열정으로 보완할 수 있다”며 “경험이 많은 국회의원이라 해도 언제나 옳은 선택만을 하는 것이 아니듯, 젊은 정치인들의 미숙함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이가 많은 후보라 해도 방송·경제 영역에서 이미지를 쌓은 후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찍부터 정당 활동을 해온 20대 후보들이 그들보다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을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각 당이 20대 국회의원 출마자들을 내세운 것이 이미지 쇄신을 위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토론에서 민노당 정 위원장은 열우당을 향해 “20대 정치인을 안정권에 ‘배정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어폐이며,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쇼”라고 비판했다. 이에 열우당 윤 후보는 “돈과 조직력, 기성정치의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20대를 위해 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며 “20대를 안정권에 배치하는 것은 20대를 위한 정치를 하라는 배려”라고 반박했다.

20대 국회의원, 당선가능성 높아

27일 현재 각 당 20대 비례대표 후보 출마자 수는 열우당 5명, 민노당과 한나라당 각 1명 등이며 민주당은 네티즌 투표 중이다. 이들은 △선거연령인하 △청년실업 △병역거부 등 20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밀접한 정책 지향점과 함께, 20대의 신선함과 개혁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진보언론들 역시 참정권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이들의 행보에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17대 국회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 기획간사는 “물론 비례대표 순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젊은 후보자들이 많이 움직일수록 당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며 “한 세대에 몰려있는 국회가 다양한 세대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젊은 정치인들의 지지층은 20대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총선청년연대 윤법달 대표는 20대 출마자들에게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20대들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래들의 기대를 안고 이제 막 정치에 발을 딛는 젊은이들이 늘 깨어있기 위해서는 그들을 지지한 시민단체와 언론 역시 책임을 함께 하며 비판적 지지자로서의 역할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