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헌 기자 (goots@skku.edu)

독일의 녹색당을 아시는지. 이 당은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증진하는 것 뿐 아니라, 독일의 정치·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처럼 여성의 권리를 대변해주는 당이 있을까?

지금은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대한여자국민당’이라는 여성정당이 있었다. 이 정당은 8·15광복 이후 생겨났고 1960년대 초까지 존재했다.

이들은 여성들의 힘을 모아 △남성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민주사회 건설 △노동자, 여성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건전한 민주경제의 확립 △민족문화의 향상으로 세계평화와 인류의 번영을 기약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이 당의 창당은 여운형을 필두로 한 건국준비위원회의 세력확장을 막고, 이승만을 지지하는 이들의 정치참여라는 정치적 배경이 자리했다. 이로 미뤄볼 때, 대한여자국민당은 국가의 발전과 여성의 권익수호보다는 기득권 유지의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대한여자국민당은 자유당의 외곽단체 역할을 하다가 60년대 초에 최초의 여성정당이라는 명예와, 기득권과 야합한 당이라는 수치를 동시에 남긴 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