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자명 이경미 기자 (icechoux@skku.edu)

지난 8일, 택지개발사업이 진행중인 고양시 일산구 풍동(이하:풍동)에서는 3차 행정대집행으로 인해 공권력·용역업체와 철거민들의 충돌이 있었다. 이후 용역 철거반이 포크레인에 H빔을 달고 철거민들이 거주하는 건물인 골리앗으로 돌진하는 모습 등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기존에는 철거민들의 대응만을 부각시켜오던 주요 언론들도 정부측의 잔인함과 무책임함을 보도했다.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경찰은 철거반원 5명을 검거, 2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풍동 주민 성낙경 씨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철거반이 골리앗 입구에서 불을 피워 질식을 유도했다”며 “질식한 사람이 두 세명, 몸에 불이 붙은 사람도 한 명 있었다”고 회상했다. 강제 철거를 저지하는 행동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돼, 철거민대책위원회(이하:철대위)에는 이미 수배령이 내려진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의 경우 8일과 같은 싸움에서 다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주택공사측은 이날 폭력 사태의 원인을 철거민들이 먼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한 인터넷 뉴스에 따르면 주택공사 김경환 공보부장은 “철거민들은 계속해서 작업을 하지 못하게 화염병을 던지고, 큰 새총으로 골프공과 인공 화강석 등을 쏴 지나가는 일반 주민들까지 다치게 했다”며 “폭력을 행사했다면 오히려 그렇게 한 쪽(철거민)이 폭력”이라고 말했다.

보상책,‘다시 철거민’혹은‘그림의 떡’

풍동지구는 지난 1999년 7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약 26만평의 대지에 7천7백여 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주택공사는 2002년부터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시작했으나 현실성이 부족한 보상책으로 반발에 부딪혔다.

첫 번째 보상책은 4인 가족 기준 7백만원의 이주비를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로 인해 인근 집 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그 비용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도심외곽지역이나 타 개발예정지구 정도로, 이주 후 주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 다른 보상책은 임대료 3천만원에 월세 30∼40만원 선인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월수입 백만원 선인 철거민들에게 사실상 부담하기 힘든 조건이다.

처음 풍동 철대위는 1백20여 가구로 출발했으나 약 2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11가구가 남아있다. 대부분 공공임대주택의 입주권을 팔아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결국 달라진 생활 환경과 높은 집세 등으로 인해 예전의 생활로 돌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철거민 입주권 매매는 불법이지만 성씨는 “주택공사에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와 입주권 매매를 제안하기도 하고, 부동산에서 철거민들에게 수수료를 주며 입주권 판매자를 모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풍동 철대위 채남병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1백%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세입자가 50%이상 존재한다”며 “삶의 휴식공간이어야 할 주택이 재태크의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풍동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택 공사 측은 경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풍동 철거민들에게 백석동의 영구임대아파트를 가수용단지 개념으로 알선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채 위원장은 “우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며 “우리는 단지 우리의 이익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주거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람보다 이윤’의혹도

풍동을 비롯한 많은 철거촌이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고, 인천시 십정동과 학익동 주민들은 천막에서 생활하며 주거권을 요구하고 있다. 십정동 철대위 남현희 위원장은 “일하러 갔다가 철거소식을 듣고 급히 왔더니 이미 집은 무너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부천시 소사 주민들의 경우에는 주택공사로부터 영구임대아파트 제공 약속을 받고 골리앗에서 내려왔으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천막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개발지구 공사 기간동안 거주할 가수용단지의 건립과 주민들의 실정에 맞는 영구임대주택의 공급이다. 가수용단지 건립은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이 기존의 생활권을 유지하고, 더 열악한 지역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또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국민·임대 공공주택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고 평생 안정된 주거권을 보장받는다는 점이 수입이 적은 철거민들에게 적합한 형태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철거민들의 요구 사항은 이미 돈암동, 청량리 등 40여 개의 개발지구에서 시행돼 주민들의 주거권 확보가 이뤄진 바 있어, 현지 주민들 사이에 정부 보상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신이 깊다.

풍동에 새로 들어설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6백만원을 상회하지만 주민들에게 지급된 보상액은 2백만원 선으로 주택공사의 마진이 40%에 이른다.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자 주택공사는 법적 절차에 따라 보상을 했는데 풍동주민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적극적 개선 노력과 주위의 관심 필요

그러나 현재 주택공사측은 철거민들에 대한 보상책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주변 주민들의 반응도 무관심하다. 철거촌 입구에 위치한 빵집과 편의점 운영자들은 “여기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골리앗은 전기와 수도가 모두 차단된 상태로, 풍동 주민과 타 철거촌에서 도움을 주러 온 사람들의 거주지가 되고 있다. 이들은 조를 짜 24시간 망루에서 규찰을 서며 긴장된 생활을 한다. 헌법에 보장된 주거권의 충분한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선 노력과 도덕적인 협상태도, 그리고 주변의 관심과 성원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