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건판 사진전Ⅱ - 그들의 시선으로 본 근대

기자명 이혜진 기자 (ophelia@skku.edu)

사진은 우리에게 진실만을 보여주는가? 서울대학교박물관(관장 : 김영나) 현대미술전시실에서 다음달 12일까지 열리는 ‘유리건판 사진전 Ⅱ - 그들의 시선으로 본 근대’는 우리에게 사진의 객관성에 대해 한번쯤 재고해 볼 것을 권한다.

1930년대, 조선 총독부의 후원을 받아 조선 곳곳을 돌아다니며 ‘민속조사’를 진행했던 경성제국 대학 교수들이 남긴 사진 속에는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85점의 사진들은 △논에서 김을 매는 농부의 모습 △시골 장터의 모습 △향수가 물씬 풍겨나는 농가의 모습 △마당에서 둥글게 모여앉아 굿을 올리는 모습 등 당시 조선 사회의 민속과 풍경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곳 박물관에서 재현되고 있는 식민지 조선의 풍경은 다소 낯설지만 지금도 찾아볼 수 있는 농촌의 모습처럼 정감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전시회를 좀 더 둘러보면 의문이 든다. 근대화가 한창 진행 중이었을 시기인 1930년대 사진에서 조선사회의 근대적인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박물관 한켠에 마련된 영상물에서의 설명과 같이 사진을 촬영한 일인(日人) 교수들의 주요 관심사는 도시화ㆍ근대화의 뒤안길에 있었던 조선인들의 낙후된 얼굴, ‘전근대성’에 있었다. <일상의 풍경>이라는 주제의 한 사진, 원시적인 구조의 지푸라기 원형움막 안에 한 조선인이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노동과 휴식> 안의 사진 역시 산업화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노동의 모습이 아닌 전근대적인 농업방식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사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주체인 일본인과 객체가 된 조선인이다. 잡초로 무성한 경복궁에서 여유있는 포즈로 기념촬영을 하는 일본인 학생들과 칼을 찬 순사의 감시 하에 굿을 하고 있는 조선인 무당패의 모습이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진다. 조사에 참여했던 일인 교수들의 관심사는 전근대적인 조선의 모습이었으며 촬영된 사진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다. 객관적으로 보이는 건판에 담긴 모습, 그러나 주체들의 피사체에 대한 주관이 개입된 이 건판들을 보면 과연 사진이 과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