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에 대한 법제 개선과 사회적 인식 바뀌어야

기자명 이상헌 기자 (goots@skku.edu)

국제사면위원회에서는 양심수를 ‘폭력을 행사하거나, 종교적 또는 그 밖의 양심에 입각한 신념의 표현을 이유로, 세계인권선언에 위배되는 △투옥 △구금 △육체적 억압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구속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중국의 천안문 사건을 비롯해 양심수 문제에 대해 국제사면위원회는 나라마다 자의적인 잣대로 양심수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에 일어난‘자주대오’사건은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지적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회장:권오헌, 이하:민가협)에서 활동 중인 조국씨는 “사상의 자유는 자국을 옹호하고 유지시키는 생각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존하는 국가체제에 대해 반대할 수 있는 의견개진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헌법에 명시해야 할 것은 사회비판적인 사상의 표출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이며 헌법에 의해 양심수들이 공안사범으로 몰리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제 유지 위해 양심수 양산

지난 13일자 민가협의 양심수 현황통계에 따르면 ‘구속·수감된 양심수 71명, 병역거부 양심수 4백71명’이다. 이들은 △반전평화 △자주통일 △노동해방 등의 운동을 하다가 구속·수감됐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분단된 현실로 인해 반공이데올로기가 체제 유지의 주요한 사상적 수단이 돼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반체제적인 반미와 사회주의 등의 생각을 포용할 수 없었다. 그 결과로 잉태된 피해자 중 하나가 양심수라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민가협 권오헌 회장은 “사상통제를 성장의 기회비용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며 “현재 감옥에 있는 양심수들은 사회가 휘두른 사상폭력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공안사범으로 내모는 실정법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5년도에 창립한 민가협을 필두로 양심수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많은 활동이 있어왔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집회·시위법 △노동법 등의 법제로 인해 국제법과 국제규범이 정한 기본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실정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여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양심수들을 공안사범으로 만든다. 이로 인해 공안죄를 적용할 수 있는 법들을 바꾸지 못하고서는 양심수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얻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최정민 간사는 “갖은 노력 끝에 양심수를 가석방시켜도 보안관찰자라는 멍에를 씌우는 것이 현실”이라며 “당국은 낙인찍기 식의 행정관습을 버리고 이해의 시각으로 양심수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 단체들은 양심수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호전되고는 있으나, 근본적인 법제 개선이 선행되지 않아 앞으로도 양심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추세와 미래

지난 27일 석가탄신일을 기해 노동운동을 하다 구속된 양심수 몇명이 석방됐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약 2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중에 구속됐음을 고려할 때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농민·노동자 양심수와 국보법 위반자들의 석방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서울 남부지법 이종렬 판사는 양심적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는 레드컴플렉스가 만연했던 예전 우리의 상황에 비해 다양한 사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견해의 소통을 보장하는 사회다. 체제 안정을 위해 사회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을 공안범으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전과자로 살아야 하는 양심수들의 사회적 순교가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