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이것만은’… 경총 ‘이만큼만’

기자명 이경미 기자 (icechoux@skku.edu)

지난 달 20일 23개 노동·시민 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올 9월부터 일년간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현행 월 56만7천원 선에서 약 76만6천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영자총연합(이하: 경총)은 이에 대해 강한 반발 의사를 드러내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지난 1988년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연합력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매년 6월 노동계와 경총 대표, 정부측 대표인 공익위원 등 총 27명이 최저임금협의회를 구성해 유사근로자의 임금과 노동생산성 등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액수를 결정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시킨다”고 한다. 작년의 경우 이를 이유로 노동계 대표 전원과 공익위원 2명이 최저임금협의회를 중도 사퇴했다. 올해 역시 민주노총 위원들이 1차 전원회의에 전원 불참, 오는 6월 4일부터 총 5회에 걸쳐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전체 노동자 임금 수준의 50%이상으로 인상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선임 방식 개선 및 노동자 대표 참여 △장애인, 청소년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최저임금 적용시기 현행 9월에서 1월로 변경 등을 주요 안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미조직 비정규 사업실 임진희 차장은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선일 뿐인데 사업주들은 그것만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며“저임금 해소와 임금 격차 완화,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OECD에서 정의한 최저임금은 상용직 중위임금의 약 67%로, 우리나라의 현행기준 34.5%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경총의 한 관계자는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노동생산성을 들며 “최저임금 이상의 생산성을 가진 사람들은 타 기업으로 옮겨가면 될 것”이라고 말해 대립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최저임금제도의 사회복지적인 특성으로 인한 비용의 부담소재에 대해 노사간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경총 모두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경총은 “사회복지 비용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시키거나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으로 진출해 오히려 노동자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차장은 “경영난의 원인을 임금감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시안적인 처방”이라며 “내수시장의 침체를 말하지만 소득이 없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돈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임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의 경우 불법 카드 대출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소득격차는 곧 교육격차로 이어져 사회적 빈곤을 재생산 한다는 것이다. 본교 김일환(법) 교수도 “형식적인 계약 자유의 원칙에서 보면 최저임금제도가 비합리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자의 위치가 사업자에 비해 열악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오히려 이러한 법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사업자와 대등하게 만들어, 실질적인 계약 자유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주로 입법청원 등을 통해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을 요구해 왔으나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통한 의원 입법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역시 지난 총선에서 오는 2007년까지 최저 임금을 도시 노동자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어 그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