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요즘 넷플릭스에 방영되는 “나는 신이다”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음의 질문을 하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필자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높은 자살률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종교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서구의 많은 연구 결과들은 대체로 종교가 자살 생각이나 행동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종교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만약에 그렇다면 종교별 차이는 있는지, 그리고 종교를 가진 사람이 낮은 자살률을 보이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자살률 자체보다는 자살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에 주목하였다. 자살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면, 실제 자살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일수록 실제 자살 행위를 시도할 확률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성균관대학 사회학과에서 진행하는 권위 있는 한국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2009년 한국종합사회조사)를 기반으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하였다. 특히 종교성이 ‘자살 수용도’(suicide acceptability)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자살 수용도는 특정 상황에서 자살을 하는 것을 얼마나 수용적으로 용인하는지를 측정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자살 수용도가 높다는 것은 자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뜻이며, 그런 사람들은 실제 자살할 확률도 높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연구가 밝힌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신교인들이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자살에 대해 덜 수용적이었다. 더 나아가 개신교인들은 다른 종교인들(불교도, 가톨릭 신자)과 비교했을 때에도 더 낮은 수준의 자살 수용도를 보여주었다. 이 말은, 자살 수용도와 실제 자살 행위 사이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개신교인들이 다른 어떤 종교인들이나 비종교인들보다 자살 행위를 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  

둘째, 예배/미사/법회와 같은 공적 종교 활동에 자주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덜 수용적이었다. 그리고, 종교를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살 수용도는 낮게 관찰되었다. 이 말은 활발한 종교 활동이나 높은 종교 중요성이 자살을 방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스트레스는 자살 수용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종교성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의 자살 증폭 효과는 감소하였다.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누군가가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종교 활동에 많이 참여하거나, 종교를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높은 스트레스는 꼭 높은 자살 수용도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 발견은 종교성의 자살 억제 효과를 시사한다. 보통 스트레스가 자살률의 증가를 가져오지만 종교성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증가 효과가 억제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자살률을 낮추는 하나의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종교를 가질수록 (특히 개신교), 예배/미사/법회와 같은 종교 행사에 많이 참여할수록, 그리고 종교를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한국 사회의 자살률은 낮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스트레스가 극심한 한국 사회이지만, 종교 활동을 많이 하고 종교 중요성이 높은 사람에게서는 자살을 부추기는 스트레스의 칼도 무디어질 것이다. 종교는 스트레스에 대한 일종의 방어기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필자의 연구가 자살 행위 자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자살 수용도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자살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사이비 종교가 아닌 건전한 의미에서 더 종교적인 사회가 되어서, 한국 사회의 자살률도 감소하게 되는 희망을 가져본다. 

정종현 사회학과 교수
정종현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