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현 편집장 (dreamer7@skkuw.com)

2주에 걸친 축제가 막을 내렸다. 언제나처럼 올해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교정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양 캠퍼스에서 각기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학우가 수원과 서울을 오가며 행사에 뛰어들었다. 곳곳에서 녹색 옷이나 소품으로 무장한 이들을 찾는 일 역시 어렵지 않았다. 지난 6일, 입하(立夏)와 함께 초여름의 시작을 알렸던 녹음은 우리 학교의 색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개강 후 다소간의 시간이 지나 한결 한적해졌던 캠퍼스에도 다시금 활기가 맴돌았으며, 공연을 보거나 부스에 참여하기 위한 긴 줄에도 학우들은 서로 장난치고 웃으며 기다림을 견뎠다. 얼마 전까지 이곳이 수업과 시험으로 빼곡했던 공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축제’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지루한 업무와 반복되는 일과도 축제가 선물하는 일탈 속에서는 타오르다 산화하는 폭죽마냥 강렬한 감각으로 해소된다. “오늘은 축제인데 뭐 어때”라며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에 마음이 너그러워지기도 한다. 그 덕에 다소 과하거나 조금 부족해도 서로를 이해하며 둥글게 보듬을 수 있기도 하다. 서로 다른 언어와 말을 가진 사람들, 각자의 캠퍼스로 등교하던 학우들, 동네 어르신부터 가족과 함께 걷는 아이들까지 어우러지는 모습은 ‘모두의 축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 축제를 즐길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있다. 최근 서울시는 오는 7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서울광장은 2015년부터 코로나19 유행 기간을 뺀 6년 동안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장소다. 방역지침의 완화로 축제가 진행될 수 있었던 지난해에는 약 1만 3천여 명이 참가해 행진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시가 같은 기간 사용을 신청한 타 행사를 허용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강행을 예고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축제 장소로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행정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광장 사용 불허 결정이 세간의 뜨거운 감자인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당혹스럽거나 조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다. 서울시가 공개한 회의록에서는 불허 결정의 판단 근거를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퀴어문화축제가 갈등을 유발하고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발언이 눈에 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우리 학교는 축제 현장을 정리하는 일이 한창이다. 서로 다른 구성원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던 현장을 목도한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일면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갈등을 유발하는 축제라는 말이 그저 어렵게만 느껴진다. 지난 봄, 강원 춘천시는 민원 등을 이유로 춘천퀴어문화축제를 불허했으며 지난해 인천시 역시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해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에게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받은 바 있다. 축제가 모두를 위한 것이고 화합과 포용의 장이라면, 우리가 어우러질 수 없음을 가정하고 일찍이 그어두는 이 선은 가당한 것일까? 축제가 정말 모두의 축제라면.

김가현 편집장
김가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