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선영 수습기자 (webmaster@skkuw.com)

 

지난 3일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는 오는 71일 행진 예정이었던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SQCF) 퀴어퍼레이드의 서울시청광장(이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 결정했다. 대신 같은 날 중복으로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한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이하 회복콘서트)’ 개최를 승인했다. 이에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측에서 반발이 일며 불허 결정이 화두가 됐다.


서울시, 시민 피해 이유로 퀴어문화축제 불허
퀴어문화축제, 지속적으로 광장 사용 적합성 논의돼


서울시
, SQCF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다
SQCF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을 만들 목적으로 매해 여름 서울에서 개최되는 축제다. 2000년 첫 개최 이래 퀴어 문화가 발달한 홍대와 신촌 등에서 진행됐으나 2015년부터는 공공성을 이유로 서울광장에서 개최됐다. 이는 공공의 공간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하기 위한 조직위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해는 중복신청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내려진 불허 결정으로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서울광장조례)에 따르면,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 행사의 우선순위에 따라 사용신고를 수리할 수 있다. 시민위 정상훈 위원은 언론을 통해 해당 조례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가 우선이라는 점을 근거로 회복콘서트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조직위는 두 행사 모두 문화·예술 행사로 조례상의 우선순위가 동일한데도 적법한 조정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조정 절차가 적법했는가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조직위와 다르다. 서울시는 언론을 통해 서면 조정을 시도했으나 조직위 측에서 조정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반면 조직위는 전례에 따라 서울시가 대면 조정 회의를 주재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대면 조정 회의를 강제하는 조례 조항은 없지만, 지금까지는 관행상 중복으로 신고한 행사 주최 측끼리 3차례 정도까지 조정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는 이번 조정을 두고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SQCF는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려온 만큼 불허 결정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관행대로 대면 조정 회의를 열거나 재조정을 거치지 않고 사회적 갈등을 키운 것은 서울시의 정책적 잘못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의 반복되는 시민위 상정
서울시는 2016년부터 인권위 권고가 있었던 2020년과 코로나19로 행사 전반이 제재된 2021년을 제외한 매년 SQCF 사용신고 수리 결정안을 시민위에 상정했다. 사용신고 원칙에 대해 불수리 예외를 인정하는 서울광장조례 조항을 근거로, 축제 참여자와 축제 반대 시민들 간의 충돌이 시민의 신체·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서울시가 밝힌 시민위 회부 이유였다.

이에 지난 2019년 서울시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서울시가 수리 결정안을 시민위에 상정한 것은 소수자를 주체로 한 행사를 두고 사용신고 수리 원칙의 비정상적 예외를 인정한 차별적 조치라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인권침해 조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서울시에 공공시설 담당 부서를 지도·감독하기를 권고했다. 서울시는 권고를 수용하는 맥락에서 지난 2020SQCF 사용신고를 시민위 회부 없이 수리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수리 결정안을 시민위에 회부했다. 김 교수는 시민위 심의 상정 자체만으로 위법은 아니지만 다른 행사와 달리 퀴어문화축제만 매번 시민위 상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차별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민위가 출범한 2012년 이후 당해에 신고된 행사 가운데 연례적으로 시민위에 상정돼 광장의 사용 적합성이 논해졌던 축제 성격의 행사는 SQCF 외에 없다.

한편 이번 시민위 회의는 편견에 기반한 언행이 등장해 논란을 샀다. 회의록에는 SQCF가 청소년에게 비교육적인 행사며 성소수자의 표현 행위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할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는 발언이 등장했다. 그러나 편견에 기인한 공적 판단이 이뤄져도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위법 사항이 없으므로 결정을 철회하기는 어렵다시민사회의 인식이 변화해 이후의 정책적 판단이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모두를 위한 축제, 모두에게 남은 숙제
서울시는 SQCF가 광장을 사용하고자 하는 시민에게 피해를 주므로 공공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퀴어문화축제를 연구하는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조수미 교수는 시민의 광장인데도 성소수자의 광장 사용 자격만 유독 각박하게 논의되는 측면이 있다성소수자도 한국사회의 시민으로서 광장을 점유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 역시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시의 불허가 공공의 공간에서 성소수자를 몰아내는 차별의 제도화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게이로 소개한 A학우는 퀴어문화축제는 나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고 전했다. 퀴어문화축제에는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의 사람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비성소수자로서 축제에 참여한 적 있는 B학우는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정말 다양한 사람과 단체가 모였는데, 그 다름 속에 내가 스며들어 모두가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조 교수는 성과 무관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퀴어문화축제는 퀴어라서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축제라고 전했다. 한편 조직위 측은 불허 결정에 반발하며 71일에 퀴어퍼레이드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서울특별시조례 제8235호 본문 캡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서울특별시조례 제8235호 본문 캡처